尹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공세"…달라진 건 없었다

"채상병 특검, 특검 취지 안 맞아...수사 상황 지켜봐야"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는 비서실장 얘기 오해" "의료계 통일된 의견 안 내...정부 로드맵 따라 갈 것"

2024-05-09     김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70분 가량 각종 현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기존에 언급했던 입장에서 달라진 것 없는 내용을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연초 KBS 대담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야당도 집권 시기에 어떤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는 늘 주장하는 것이 검찰수사 또는 경찰의 수사에 대해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 하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으로 특검 여론을 늘 반대해왔다"며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런 기관에서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검찰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니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한 2년 반 정도, 사실상 나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나와 내 가족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이었고, 윤 대통령이 발언한 '도이치'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뜻한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그것은 어떤 면에서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니냐"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부인 김 여사 특검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와 크게 차이가 없는 입장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특검에 대해서도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입장을 보였다. 특검법을 거부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 여러분에게 수사 당국에서 아마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을 할 것인데, 그걸 보고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이런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조사했다. 공수처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 상병 사건 수사자료를 회수한 날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 관리관 간의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향후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수사외압을 했다는 추가 증거가 나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총선 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적 있냐는 질의엗 대해선 "오해"라고 짧게 대답했다. 지난 1월 21일 이관섭 전 비서실장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사퇴요구설이 보도되자 한 전 위원장은 바로 다음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공지했다. 당시 이 전 비서실장은 한 전 위원장에게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당의 대응에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 원내대표, 한 전 위원장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바로 그 문제는 풀었다"고 짧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문제 관련해서도 입장 변화가 없었다. 윤 대통령은 "1년 넘도록 이렇게 진행해 오는 동안 한 번도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를 못했다"며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정부는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서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20여분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도 크게 넓혔다"는 등의 자화자찬성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