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 범인 아닐테니 특검 거부 안할 거라 믿어"

尹 주장하던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인용 홍철호 "이태원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 달라"

2024-05-03     김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실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우회적으로 거론한 데 대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발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선 과정부터 수년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되뇌어 왔던 말"이라며 "범인이 아닐테니 거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면서 "정부·여당이 진실을 규명하려는 것에 대해 왜 이처럼 인색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주대낮에 영문도 모르고 국민 159명이 유명을 달리하는 참혹한 사건에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강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사법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폭거"라며 "대통령께서는 아마 이거(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정무수석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사법절차를 종료한 사안"이라며 "대통령께서는 그렇다면 이것은 정부가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신 것인데 채상병 건은 좀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는데도 월권을 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홍 정무수석은 "군내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다 보니깐 이것을 믿지 못하겠으니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게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법 취지인데 그것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 박정훈 대령"이라며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채상병 특검 관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범야권을 비롯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써서 특검을 막아세웠다면 특검 수사팀장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대통령 윤석열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당선자도 이날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이종섭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고, 국민들이 봤을 때는 권력이 비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의혹을 대통령과 정부가 더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당선자는 "힘을 공수처에 실어주고 대통령실이 공수처 수사에 필요하다면 (수사를) 받겠다는 정도의 말까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