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위, 의료계 빠진 채 '반쪽짜리' 출범
대통령 직속 위원회...위원장은 제약바이오협회장 정부-의료계 입장 평행선...의대 정원 증원은 의제에 없어
의료정책 전반을 손보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보이콧을 한 의료계를 제외하고 '반쪽' 출발했다. 의료계는 앞서 지난 20일 "제대로 의견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전체 27명의 위원 중 의사단체 추천 위원 3명을 채우지 않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발족시켰다.
특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1명의 민간위원과 기획재정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5개 부처의 장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정부위원들로 구성됐다.
특위 위원장은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다. 노 회장은 복지부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노 회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료체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며, 시기상으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일 민생토론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포함한 '의료개혁'을 발표하면서 세 달여간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을 원점 재검토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대통령은 2,000명 증원에 대해 못박은 상황이라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며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대화 요청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화 테이블에 전공의·학생들이 나갈 수 없었던 것이고 이를 대화 거부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문제는 일단 특위의 의제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다. 의료계 역시 증원 문제를 다룰 대화체는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특위가 아니라 정부와 의사만 1대1로 마주보는 형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위가 정부의 의료개혁 4대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의사단체들이 계속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행을 담보하는 제도 개혁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특위의 의제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양질의 전문의 양성을 위한 수련체계 개편 ▲ 필수의료 수가 보상체계 개편 ▲ 비급여와 실손보험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개선 ▲ 대형병원 쏠림 해결과 효과적 환자 배분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보상체계 마련이다.
이들 의제 중 필수의료 수가 보상이나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은 의사단체들이 정부에 요구해온 정책이다. 혼합진료 금지와 비급여 관리 강화는 의사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