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오찬 초청’ 거절...왜?

윤·한 갈등 연장선?·尹과 거리두기? 한동훈, 尹 겨냥 "(나 같으면)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

2024-04-21     이진동 대표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 앞서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초청하는 오찬을 거절했다. 한 전 위원장은 또 SNS에는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다. (나 같으면) 결국 고마워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참패와 관련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한동훈 책임론’과 ‘배신론’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반박 내지 반격 성격의 대응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월요일(22일) 오찬이 가능한지 묻는 연락을 받았으나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사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지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을 뺀 비대위원들과의 오찬 보다는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 자체를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배신론에 대한 반격...尹과의 거리두기?

한 전 위원장은 전날(20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다”고 밝혔다. 몇 시간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청년들과 온라인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 꿈’에서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윤통(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다”고 적은 글에 대한 반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어지는 글 내용을 보면 “사심없고 신중하기만 하다면요”라는 점에서 홍 시장 보다는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글에 더 가깝다. 또 한 전 위원장은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 뿐이다"고 했다. '국민' 의 입장에서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대목 다음에는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겁니다”라는 부분이 이어진다.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및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빚어진 ‘윤‧한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결국 한 전 위원장의 ‘오찬 거절’은 ‘건강상 이유’를 내세웠지만, 윤‧한 갈등의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속내 표출이자, 향후 정치행보를 위한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로 해석된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에게 ‘배신’ ‘황태자 행세’ ‘폐세자’ 등을 언급한 시점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의 4시간 독대 만찬 이후이다.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선 홍 전 시장의 발언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을 만나고 난 이틀 뒤인 1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면서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 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고 한 전 위원장을 때렸다. 홍 시장은 "총선을 대권놀이 전초전으로 하다 역대급 참패를 한 사람, 우리 당에 얼씬 거리면 안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