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 테러' 발언 황상무 경질 요구 잇따라…"언론공작하는 자리냐"

언론시민단체 "모든 기자들 상대 '테러' 할 수 있다는 위협"

2024-03-15     김태현 기자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진=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MBC를 특정해 '군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윤석열 정부 언론관이 도마에 올랐다. MBC 뿐만 아니라 야당, 언론단체에서도 "방송·언론계 자체에 대한 협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MBC에 따르면 황 수석은 전날 MBC를 포함한 출입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말한 사건은 '정보사 회칼 테러' 사건으로, 1988년 8월 아침 경제신문 사회부장이었던 오홍근 기자가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로부터 회칼에 피습을 당한 사건을 말한다. 수사 결과 괴한들은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로, 오 기자의 칼럼에 불만을 품은 상관들의 명령을 받고 습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수석은 이 사건을 말하면서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썼던 것이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바이든-날리면' 사건부터 최근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런종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장관을 현지에서 취재하는 MBC에 대한 불편한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황 수석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언론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황 수석을 경질하고, 발언 진상 조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황 수석이 평생 군사독재에 맞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오홍근 기자에 대한 만행을 태연하게 언급한 것은 언론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든 기자를 표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나 마찬가지"라며 황상무 수석 해임과 이번 발언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도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 자유를 앞장서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할 사회 소통의 중심에 서 있는 시민사회수석이 농담이라며 과거의 언론인 테러를 언급한 것은 해당 방송사뿐 아니라 방송 언론계 전체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90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윤 대통령이 황 수석을 해임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성명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욕설 보도를 놓고 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MBC를 상대로 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협박"이라며 "농담이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전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MBC앞 집회 종용' 발언에 이어 황 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까지 윤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은 언론공작 정치를 하는 자리냐"며 "황 수석은 MBC와 오홍근 기자 유가족에게 석고대죄하고, 윤 대통령은 당장 황 수석을 경질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