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피해 서천 상인들 尹에 거센 항의..."불구경 하러 왔나"

충북 서천특화시장서 화재...전체 75% 전소 화재 피해 상인들 "尹, 사진만 찍고 갔다" 울분 정치권 "민생 아픔마저도 정치쇼로 이용하나"

2024-01-23     김태현 기자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화재 피해를 당한 서천특화시장 일부 상인들이 "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피해 상인들에게 한 마디 위로나 어떠한 발언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갔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큰 불로 다수의 점포가 불에 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3일 사진만 찍고 떠나자 상인들이 "불구경 하러 왔냐", "위로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갔다"는 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앞서 전날인 22일 오후 11시 8분쯤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 불이나 내부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을 제외한 수산물동과 일반동, 식당동 점포 227개소(전체 점포의 78%)가 전소됐다.

밤새 현장을 지키던 상인들은 23일 오전 7시쯤 현장에 도착한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오늘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께서 여러분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방문 예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면담을 하기 위해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기다렸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지만, 시장 상황은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달랐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오후 1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했으나 대기하던 상인들과 만나지 않았고, 김경제 서천군의회 의장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20여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대통령과 면담을 하지 못한 상인들은 "상인들을 만나지 않으려면 여길 뭐하러 왔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권력 갈등 논란이 있던 한 위원장과 화재 현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어깨를 두드리는 등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현장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 장동혁·정희용·정진석·홍문표·김형동 의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민들에게 현장 민생 소통이 절실하다"며 "민생의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도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