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尹 ‘징계 족쇄’ 풀었지만 ‘직권남용 족쇄’ 못풀어
[분석과 해설] 尹 징계 취소소송 징계 사유에 담긴 직권남용 소지들 민주당 고발, 尹 직권남용 혐의 공수처 계류 중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았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은 ‘취소’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징계 사유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여전히 윤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로 남았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이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패소하고도 지난해 12월 29일 상고까지 포기해 윤 대통령의 ‘징계 족쇄’를 푸는 데는 성공했지만, ‘직권남용 족쇄’까지는 풀지 못했다.
16일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2021년 10월 14일)이 난 직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계류돼 있다.
당시 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징계 절차와 징계 사유 다 정당하다는 것이었지만, 2심에 와서는 “징계 절차가 위법하다”며 징계 사유는 따지지 않고 “징계를 취소하라”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처럼 법원의 1·2심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 소송의 당사자인 국가기관은 상고하는 게 통상적이나 법무부는 되레 패소를 인정하고 상고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을 기회를 법무부가 사실상 회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심과 2심 사이에 일어난 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과 지금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인 한동훈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있었다.
윤 대통령의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가 ‘한동훈 감찰‧수사 방해’인데, 2심 재판은 ‘원고 윤 대통령, 피고 한동훈’으로 이해관계가 같은 편끼리 진행되면서 법무부측은 누가 보더라도 ‘패소할 결심’대로 대응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징계사유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아 1심 법원의 판단만 있는 상태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징계사유는 1심 법원의 판단이 최종결론이다. 1심 행정법원의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동훈 비대위원장(당시 검사장)에 대한 감찰 중단과 수사 방해 행위가 직권남용 소지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 ‘직권남용 소지’ 뭐길래?
2020년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보도로 불거진 '채널A사건 당시 대검 감찰부가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보고하자,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은 감찰을 중단시키고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과정에서 "감찰 중단 시점에서 감찰 개시를 위한 진상 확인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방해할 감찰이 없었고, 실제로 감찰 방해의 결과가 초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검 감찰부에 '한동훈 감찰'을 지시한 것이므로 감찰 개시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감찰개시 보고) 당시 감찰 대상자가 한동훈으로 특정되어 있었다"면서 "감찰본부 규정은 감찰개시 사실과, 그 결과 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감찰 개시 보고만으로 적법하게 감찰이 착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당시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수사권 없는 대검 인권부에 감찰 대상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 것은 규정을 위반한 부당한 조치였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또 재판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동훈 또는 한동훈과 관련된 사안의 감찰에 불개입 또는 개입 자체의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직무권한을 행사해 한동수 감찰본부장에게 부당한 지시로 감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했다"고 결론냈다.
검찰총장은 학연, 지연, 직연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이 수사 또는 감찰의 대상이 됐을 때는 불개입하거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야하는 직무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직연으로 얽힌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윤 대통령이 개입해서는 안됐다는 것이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이나 의무에 속하는 일을 수행하면서 제3자의 이익이나 청탁의 실현 등 부정한 동기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해당한다.
직권남용 혐의의 유무죄를 가르는 재판은 아니었지만, 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근거해서 보면 윤 대통령의 행위는 직무권한의 범주에 있는 사안을 처리하면서 부당한 지시로 감찰본부장의 감찰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죄 성립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감찰 방해' 뿐만 아니라 채널A 사건 수사 당시인 2020년 6월 한 장관의 휴대폰이 압수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사건에 개입해 전문수사단을 소집한 일이 있다.
1심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한동훈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찍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매우 부당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에 대한 수사 초기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해놓고, 전문수자문단 소집을 지시하고 절차 진행을 강행한 자체가 수사지휘권 위임 취지에 반하는 부당한 지시였다는 것이다.
1심은 판결문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지속적인 친분 관계에 있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수사나 감찰 절차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 검찰 사무의 공정성을 보장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라는 직무권한을 행사하면서 친분이 있는 한 장관을 감싸기 위한 동기로 당시 대검 형사부장에게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라는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 된다. 이 또한 직권남용 혐의 성립 요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판결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당시 채널A 압수수색을 지휘하던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화해 "니가 눈에 뵈는게 없냐"고 폭언을 했다. 한 비대위원장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직접적인 압박이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당시 공판이 진행 중인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해 동향 분석 문건을 만들어 대검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했다.
1심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하여, 직무 관련 공무원인 수사정보정책관 등에게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직권을 부당하게 행사해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켰다는 점에서 이 또한 직권남용 소지를 안고있다.
윤 대통령의 불명예였던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일단 끝났지만, 징계 소송의 1심 법원이 판단한 징계사유는 직권남용의 강력한 증거로 남아 있는 있는 셈이다.
뉴스버스 김태현 기자 / taehyun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