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사상 첫 가족비리 '방탄'

尹, '쌍특검법' 정부 이송된 지 하루 만에 거부권 행사 대통령실 "특검법, 총선용 여론조작 위해 만들어져"

2024-01-05     김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관된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지 하루 만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24분 만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검법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위해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이 그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비서실장은 "여당 특검 추천권을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해 친야 성향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리 없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수사, 망신 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또 "12년 전, (윤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이라며 "검경 등에서 특검에 수백명의 인력이 차출될 경우 법 집행기관들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이 비서실장이 언급한 김 여사가 수사받았던 시기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지난 1일 발표된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국민이 10명 중 6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 불구속이나 집행 유예, 사면 등의 가벼운 처벌로 끝난 경우도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이 저지른 비리와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특검을 모두 수용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방탄을 위한 거부권 행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는 한보그룹 대출 비리의 몸통으로 불리며 특혜 대출 의혹을 받았고, 특검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도 최규선 게이트 등의 비리에 연루돼 징역 2년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박연차 게이트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명박씨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상왕으로 불리며 저축은행 비리와 포스코 비리 등으로 구속됐다. 아들 이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매입 특혜 의혹을 받았다. 2012년 9월 3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특검법을 수용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김건희 방탄'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 스스로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