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 정치 핵심 키워드는 ‘재판'…고발사주·이재명 재판 등
손준성 유죄 및 탄핵은 윤석열 정권 정통성 흔들 것 이재명 위증 교사, 무죄와 피선거권 박탈형 중간은 없을 듯 김건희 특검, 총선 뒤 여야 ‘찬성 200표’ 확보가 관건
2024년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총선이 한국 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예상이나 기대를 밑돈다. 특히 입법에서 그렇다. 국회 선진화법과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때문이다.
또한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누가 이기든 간에 ‘뭘 잘했다고 이겼나?’ 하는 반감에 부딪힐 것이다. 2020년 총선 뒤와 2022년 대선 및 지선 뒤에 그랬듯 말이다. 미국 양당제와 달리 여론의 유동성이 큰 것이 한국 정치다. 총선 뒤로도 여론은 요동친다.
그렇다면 무엇이 여론을 결정하는가. 도덕적 기본이 흔들리는 정당은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게 된다. 그런데 한국 정치의 도덕성의 일부는 측량 가능한 범위에 있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들이 있고, 이는 유·무죄와 형량으로 판가름 난다. 2024년 한국 정치는 ‘재판’에 걸려 있다.
1월 12일 고발사주 사건의 손준성 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있다.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놓고도 헌법재판소가 올 상반기에 결정을 내릴 것이다. 손 검사는 검찰총장과 그 측근들을 방어할 목적의 고발장을 전달하고 시민의 프라이버시인 판결문을 유출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헌재 재판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되고, 무죄라 해도 '고발장 및 판결문 유출'이라는 사실관계가 인정되면 파면당할 수 있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과 검찰총장 윤석열은 무관한가? 고발 사주 사건 전날 손 검사가 있는 단톡방에서 60여장의 사진 자료를 전송한 한동훈 검사는? 왜 한동훈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을 가졌지만 그 힘으로 손 검사의 징계 가능성을 없애주고 심지어 승진까지 시켰나. ‘손준성 유죄 또는 탄핵’은 윤석열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것이다.
1월 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기소된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지난 연말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재판도 그뒤를 따라붙을 것이고 연내에는 1심 판결이 나올 공산이 크다.
2월 5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호텔 아쿠아펠리스 등의 인턴증명서를 위조한 물증이 있는데도 그는 반성은커녕 시인도 한 바 없다. 조 전 장관이 2심에서 법정 구속될 경우 민주당 총선 가도에는 얼마간 부정적 영향이 생긴다. 민주당의 정직한 사과와 조 전 장관 문제의 청산 의지만이 이를 최소화한다.
다만 국민의힘이 큰 재미를 보지는 못할 것이다. 다수 대중은 윤 대통령이 이미 ‘대통령 당선’이라는 덕을 봤다고 생각하며, 윤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씨를 감싸고 도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판단한다.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문제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되어도 마찬가지다. “그럼 김건희는?”이라는 반문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재판은 어떻게 될까. 위증 교사 재판이 따로 분리되었지만 2월 말 법원 정기 인사도 있고 총선 일정도 있기 때문에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진행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은 1심 결과는 위증 교사 1심 선고보다 이르게 나오겠으나, 이것도 총선 전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새로 무언가가 돌출되지 않는 한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총선에 끼칠 영향은 더 커질 것 같지는 않다.
총선 뒤 연내에는 두 재판 모두 1심 선고가 나올 공산이 크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재판의 경우 설령 1심에서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어도 최종 결과는 장담 못한다. 무엇을 ‘허위사실’로 볼 수 있는지는 논쟁적인 사안이다. 반면 위증교사 혐의는 사건 줄거리와 법리 적용이 간단하다. 아예 무죄가 나오든지, 아니면 위증으로 해당 재판 결과를 엎은 것에 대한 가중 처벌 탓에 징역형이 선고되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든지다. 그리고 1심 선고와 최종심 선고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려 무죄든 유죄든 당장 정국에 파장이 올 것이다.
김건희 씨는 어떻게 될까. 21대 국회에서 특검법이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전체 야권이 김건희 특검에 합심하고 일부 여당 의원이 가세해 찬성 200표를 넘기게 되면 또 다른 국면이 올 것이다. 윤 대통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영영 피할 수는 없다.
이것은 윤 대통령 본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손실을 봐서 저희 집사람은 거기서 안 되겠다 해서 돈을 빼고 그 사람(주가 조작 선수)하고는 절연을 했습니다”(2021.10.15.)고 발언했다. 그러나 김건희 씨는 증권계좌를 옮기고 나서도 해당 주가조작 선수에게 매매 권한을 주려고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적용될 만하다.
대통령은 재임중 기소되지 않는다. 대신 재임 기간은 공소시효에서 제외되므로 임기 종료 이후 6개월 가량 기소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두고 윤 대통령이 시간 떼우기식으로 일관하면, 퇴임 전후에 치를 곤욕은 엄청나게 불어나 있을지 모른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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