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파고 넘을 전략적 솔루션, 기업의 ‘수소자가발전’

[수소경제 활용을 위한 제안] 풍부한 수자원, 수소 강국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 수소 경제, 활용 분야 치우쳐 생산·저장 분야 취약

2023-12-08     이인형 시민기자
국내 최초 셀프 수소충전소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T2 수소충전소. (사진=연합뉴스)


수소 경제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큰 분야로, 수소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소는 화재나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한 형태의 연료다. 또한 수소는 태양, 바람 등 재생 가능 에너지와 결합하여 수소와 터빈을 이용한 수소 연료전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한마디로 수소 활용에 비해 생산과 저장‧운반 분야는 취약한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2023년 정책 과제를 발표하면서 안정적인 청정 수소 생산과 공급 기반을 마련해 국내 수소 산업을 세계 1등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수소 경제 생태계는 수소차와 연료전지 생산과 같은 수소의 활용 분야에 치우쳐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말 발간한 ‘수소경제 생태계 현황과 정책방향’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블루수소(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공정 통해 생산된 수소)나 그린수소(탄소 배출이 전혀 없이 생산된 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한화토탈과 현대제철, 효성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이 그레이수소(천연가스와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된 수소)를 생산하는 정도다. 그러나 정부는 수전해 기술을 2030년까지 100% 국산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재생에너지 발전 기반이 취약해 수소 자급률을 높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중 순증 효과가 가장 높은 방식은 직접 자가발전이고 그 다음이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일정한 요금으로 전력 거래를 직접 계약(직접 PPA)하는 것이다. 즉, 전력판매사업자의 역할이 없거나 미미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순증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녹색 전력요금(Green tariff)은 비율이 감소하고, 순증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PPA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RE100(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 국제 프로젝트)을 이끌고 있는 더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역시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효과가 높은 PPA와 자가발전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ESG경영을 주창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직접투자와 개발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새로운 수익사업이 될 수 있고 손쉽게 재생에너지 조달을 할 수 있는 PPA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한국의 현실은 사서 쓰고 싶어도 구매할 재생에너지가 없다.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영세한 민간사업자가 떠맡고 있고, 그마저도 재생에너지 공급의 간헐성 문제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또 한편 각종 규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오매불망 정부의 정책수립과 지원방안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지만, 정부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실정이다.

반면에 몇몇 대기업이 주도하는 비싸고 효율이 떨어져 현실성이 없는 ‘수소연료전지'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다양한 수소발전에 대한 정책, 인허가와 규제, 기준, 인증제도 미비로 ‘수소연료전지’ 외 다른 수소에너지의 개발과 산업화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기업의 ‘수소자가발전’- 자가발전 솔루션으로 활용하자 

이미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 수소 산업의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는 앞장서고 있다. 각국은 정책, 지원, 표준화, 공급망의 확산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적 협력 연구와 정보교환, 수소의 생산 및 이용 경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저감에 대한 평가, 수소 관련 전문가 육성과 홍보 등을 공통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과 의지로 우리의 척박한 기업환경과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다. 에너지 측면에서 이미 한전이 공급하는 전력만이 아닌 스스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 수와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주로 석탄과 천연가스, 석유를 이용해서 자가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RE100에 맞추려면 지금까지 사용하던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가발전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RE100의 파고 앞에서는 사실상 답이 없다.

현실적으로 수소를 이용한 자가발전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외의 상업용 발전에 있어서는 그 규모와 효율, 가격, 속도를 맞추기에 많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수소엔진을 장착한 자동차 출시를 준비하고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기업들이 있다. 국내에서도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더 효율적이고 더 경제적인 수소엔진과 다양한 발전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산과 나무가 많아 수량이 많고, 삼면이 바다여서 풍부한 수자원이 있다. 새로운 에너지 수소 강국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닷물을 이용한 수소 발전에도 그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에너지 인프라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한전은 이미 시장 대응 능력을 상실하고 있고, 정부의 제도와 기준은 세계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수소경제의 도전과 별개로 한국의 환경과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RE100 대응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수소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최소한 기업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수소 자가발전’ 만이라도 과감히 규제를 풀어 자율에 맡겨야 한다.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수소 엔진을 통한 자가 발전을 통해 RE100 파고를 넘는 지혜를 기대해 본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