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통위원장에 김홍일 지명…이동관 가자 검사 출신을

김홍일 "독립적인 방송통신 되도록 노력" 김홍일,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尹 상관 야당·언론단체, '방송장악 노골화' 비판

2023-12-06     김태현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고위직 청렴 특강을 위해 청주 청렴연수원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후임으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내정했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지금은 없어진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에서 중수과장을 할 당시 중수부장이었다.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을 고려해 임명하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검사 출신이 지명된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선을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2007년 12월 5일 대선을 2주 앞두고 "(다스가) 이 후보 것이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을 봐줬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BBK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사는 재개됐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2020년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김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시절엔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지휘했다. 2013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김 후보자는 법무법인 세종 고문 변호사로 일하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브리핑장에 나온 김 후보자는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후보자 내정 직후 야당과 시민단체는 "대통령이 전문성 없는 검사 출신 인사를 임명해 방송장악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송 장악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권 대변인은 “김 내정자는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직속 상관으로,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검찰판 하나회’ 선배”라며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내고 "방송장악 기술자의 자리를 방송의 'ㅂ'자도, 통신의 'ㅌ'자도 모르는 문외한인 검찰 출신 칼잡이에게 넘겨 저항하는 언론인들에게 몽둥이질 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의지를 재확인할 뿐"이라며 "방송언론 분야를 끈질기게 물어뜯고 친윤 어용 체제를 곳곳에 만들려는 권력의 의도를 알아 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