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장검사 처남 마약 의혹, '동의없다' 이유 DNA대조 안해

차장검사 처남 마약 투약 혐의 불송치이유 봤더니... 임의 제출 증거물 "임의성 없다" 핑계 증거능력 부인

2023-11-21     김태현 기자
서울경찰청. (사진=연합뉴스)

이정섭 수원지검2차장 검사의 처남 A씨가 대마 흡연 때 사용했던 ‘대마 카트리지’를 A씨의 아내가 임의제출했지만 경찰은 이를 “증거능력이 없다”고 증거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아내 B씨는 2월 28일 A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증거물로 대마 카트리지를 제출했으나, 경찰은 결국 지난 6월 21일 불송치 결정했다. 

21일 뉴스버스가 확인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고발인(B씨)은 대마초 흡연 증거물(대마 카트리지)을 제출했으나, 제출물의 임의성이 부정되어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B씨가 임의제출한 대마 카트리지를 경찰이 처음부터 증거에서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검사나 경찰은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마 카트리지는 A씨의 아내가 보관했다가 경찰에 임의 제출한 물건이므로 분명하게 ‘임의성이 인정’되는 증거물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임의성이 부정된다”는 핑계를 댔다. 임의성은 자유 의사에 따른 자발성을 뜻한다. 류재율 변호사는 “경찰 논리대로라면 범행 당사자가 준 게 아니면 신고해도 수사를 못한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마약 수사라면 B씨가 임의 제출한 대마 카트리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검출된 DNA성분과 대마 흡입으로 신고된 A씨의 DNA를 대조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경찰은 아예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또 불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피의자(A씨)가 대마 흡연을 전면 부인하고, 모발과 소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게 불송치 이유다.  

그런데 경찰은 B씨가 첫 신고(2월 6일)를 한 지 석 달, 서울경찰청에 대마 카트리지를 제출하면서 두 번째(2월 28일) 고발장을 제출한지 두 달이 지나서야 A씨를 불러 소변과 머리카락 검사를 했다. B씨는 고발장에서 지난해 8월 16일, 12월 13일과 16일, 올해 1월 30일, 2월 5일 등 A씨가 대마를 흡입한 날짜까지 특정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수사가 미뤄지는 사이 염색과 탈색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은 "대마의 경우 두 달이 지나 검사하면 검출이 안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마약 성분 검출 및 DNA 대조 검사를 서둘러 의뢰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 “A씨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B씨에게 설명했는데, 마약 투약 혐의자가 모발 채취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통상적으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해왔다. 영화배우 이선균씨의 경우도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마약 성분 검출 여부를 검사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허위 제보라고 판단했으면 오히려 허위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대마 카트리지와 대마 흡입 의심자의 DNA를 대조했을 것”이라며 “대마 카트리지 성분 검사와 영장에 따른 A씨 모발 채취가 없었다는 건 오히려 경찰이 A씨의 대마 흡입을 눈치챈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수서경찰서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취지로 알리고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으나 A씨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6일 “수서서는 '(그 무렵) 납치 사건이 발생해 조금 늦어졌다'는 입장이지만 고의 지연 여부나 수사 과정의 적절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관계자가 언급한 납치사건은 '강남 납치·살인 사건' 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B씨가 최초 신고(2월 6일)한 지 두 달여가 지나 발생한 것이다.  

또 B씨에 따르면 대마 카트리지를 제출한 것에 대해 당시 수사관은 “상대방이 당신을 절도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마약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서울지역 경찰 간부는 “경찰이 왜 고발인에게 설명했는지 의도는 이해하고 있지만, 다소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뉴스버스 / 김태현 기자 taehyun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