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검사, 코로나 때 문 닫은 재벌기업 리조트 이용 의혹

김의겸, 국감서 재벌기업의 검찰 간부 접대 의혹 제기 김의겸 "스키장 독채로 전세 낸 것…대기업 임원이 접대" [반론] 이정섭 차장검사 "그런 적 없고, 우리가 비용 부담"

2023-10-23     김태현 기자
사진=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2020년 12월 코로나 확산으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스키 리조트가 폐쇄된 상황에서 재벌 기업이 운영하는 스키리조트를 전세내 가족들이 이용하고, 다른 재벌기업 임원에게서 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23일 제기됐다. 

이 차장검사는 대기업들 수사를 많이해 검찰 인사 기사 등에서는 '재계 저승 사자' 등으로 소개돼 왔다. 현재는 수원지검에서 진행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대검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202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 이정섭 차장검사와 그 가족 친지들이 고급리조트에서 접대를 받는 모습이다"며 이 차장검사가 강원도 춘천시 소재 한 스키리조트에서 와인을 마시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당시 자리의 호스트는 우리나라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들어가는 굴지 재벌기업의 부회장"이라면서 "이분은 회장님이 사고 쳤을 때 징역도 (대신) 살고 나오신 분"이라고 밝혔다.

뉴스버스 취재결과, 해당 리조트는 GS건설이 운영하는 강촌 엘리시안 스키리조트이고, 사진속에서 이 차장 검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는 이는 A그룹에서 부회장 직급으로 고문 역할을 하는 B씨로 확인됐다.

이 시기는 코로나 발생 첫해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상씩 발생하던 상황이어서 당국에서는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그런데 이 차장검사가 포함된 사진에는 7명 가량의 인물이 찍혔다. 이 차장검사가 이들과 만찬을 한 2020년 12월 24일은 누적 확진자가 5만 3,533명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할 때였다. 

김 의원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라며 "모임·파티를 할 수 없고, 스키장이 완전히 폐쇄돼 있을 때인데, 이 차장검사 가족이 스키장을 완전히 독채로 전세를 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국감장에서 제시한 만찬 하루 전날(2020년 12월 23일) 나온 춘천시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5인 이상 식당 예약 및 동반 입장을 할 수 없다. 개인 모임과 파티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파티룸에서의 집합도 금지된다. 겨울 스포츠 시설 전국의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도 운영할 수 없다"고 기재돼 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3조원대 LNG 건설사 담합 사건, 그룹 소유주 일가 폭행 사건, 산업용 ○○담합 여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수사했다"면서 "자신이 수사했던 그룹의 핵심 인물로부터 대접을 받는 게 적절한 관계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뒤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업무배제를 요구했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해 "저는 처음 보는 내용인데, 바로 업무배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면서 "인사청문회도 아니고 본인 항변도 할 수없는데 이런 내용 공개보다는 1년 동안 검찰 수사와 재판 업무에 대해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검사가 딸을 명문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일반인인 가정부의 범죄기록을 조회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당시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검찰 선후배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예약해주고, 원하는 캐디를 지정해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이 차장검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대검은 이 차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반론]

이 차장검사는 이날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언급한) 해당 A그룹 수사를 한 적은 없다"면서 "거기(김 의원이 지목한 대기업 부회장 B씨)가 와이프(이 차장검사 부인)랑 원래 친분이 두터운데, 두 사람이 연락해서 우리 가족이 밥먹는 자리에 와서 인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차장검사는 "그 사람(B씨)이 호스트가 아닌데, 그 사진이 찍힌 것이다"면서 "비용 부담 등 이런 건 당연히 우리가 했다"고 말했다.

리조트 스키장, 썰매장 등을 이 차장검사 가족 단독으로 썼는지에 대해선 "스키장이 폐쇄된 상태였다"면서 "스키를 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그룹측 반론]

A그룹 홍보팀의 한 임원은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B씨가 당시 강촌엘리시안 리조트를 방문한 건 맞다"면서 "다만 우연히 방문했다가 (이 차장검사 가족 만찬에) 잠깐 자리를 함께 한 것일 뿐이고, 비용 대납 등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뉴스버스는 "5인 이상 모임 금지고, (사진상) 우연한 식사자리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질문했으나 A그룹 관계자는 "저희도 (단지 B씨에게) 확인해 본 내용이다"고 말했다. 

[강촌엘리시안측 반론]

뉴스버스가 2020년 12월 24일 코로나로 스키리조트가 폐쇄된 상황에서 만찬이 이뤄진 경위와 예약자 등을 물었으나, "너무 오래돼 담당자도 교체되고 해서 자료도 없고,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