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부, 개학 후 어린이 코로나 감염 '퍼펙트 스톰'
델타변이 확산으로 개학 후 어린이 환자 치솟아 감염 어린이가 가족확산 도화선...확진자 급증세
“귀하의 자녀가 코로나 확진자와 같은 교실이나 스쿨버스에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We were informed that your child was in a classroom or on a school bus with an individual(s) who was diagnosed with COVID-19)
지난 17일 오후 막내 아들이 다니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 이메일이다. 막내 아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으니 유의하라는 내용이다. 요즘 미국 학부모들을 가장 겁나게 하는 이메일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자가 격리는 필요 없으며, 증상이 없으면 계속 등교해도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2021~2022 학년도 개학을 실시한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어린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입원환자가 팬데믹 이후 최고치로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8월 새로운 학년도를 시작하는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12세 미만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에 노출되면서 어린이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8월 하순에 개학을 실시하는 뉴욕주 등 북부 지역과 달리 플로리다와 조지아, 앨라배마주 등 남부 지역은 이미 8월초에 새 학기를 시작했다. 특히 이들 지역은 백신 접종률이 미국에서 가장 낮은 곳이어서 학교에서 감염된 어린이 환자가 가족 전체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10~16일 1주일간 어린이 코로나 환자 입원율이 가장 높은 주는 앨라배마로 어린이 10만명당 3.41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했다. 인구가 500만명 규모인 앨라배마주에서는 1주일간 260명의 어린이가 코로나 증상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앨라배마에 이어 플로리다주가 어린이 10만명당 1.28명으로 입원율이 높았고, 루이지애나(1.13명), 조지아(1.06명) 등 남부 지역이 1~4위를 독차지했다. 이들 지역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학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개학과 동시에 학교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해 일부 교육청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아예 2주간 수업을 중단한 학교도 등장했다. 학생수 17만명으로 메트로 애틀랜타 최대 규모인 귀넷카운티 교육청의 경우 개학 후 2주 만에 6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보고됐다.
학교내 감염자 급증은 곧 어린이 입원환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일 조지아주 보건부에 따르면 개학 이후 2주간 코로나 증상으로 아동병원에 입원한 5~17세 어린이는 50명으로 직전 2주간의 2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학교에서 감염된 형제를 둔 0~4세 어린이의 경우 코로나 입원환자가 8명에서 31명으로 4배 가량 급증했다.
20일 현재 조지아주에서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136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지아주 대부분의 아동병원 중환자 집중치료실(ICU)은 75~90% 가량의 병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조지아주 보건부 관계자는 "전체 어린이 코로나 감염자의 1.3%만이 입원에 이르기 때문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어린이 감염자가 있는 대부분의 경우 가족 전체가 백신 미접종자들이어서 어린이 환자가 도화선이 돼 가족 확산으로 이어져 개학 후 코로나 확진자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