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에 진짜 화나야 할 이유는 세금 없는 편법 승계
부당내부거래는 편법 경영권 승계를 위한 치밀한 과정 공정위 "공익 목적 공공택지제도 악용한 부의 이전" 국세청의 의제 증여 간주 및 검찰 배임 수사 여부 주목
호반건설이 부당내부거래로 공정위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받았지만, 핵심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편법 경영권 승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남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을 통해 부를 이전하고 최종적으로 합병을 통해 지분 이전 방식으로 증여세 없이 경영권 승계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 제도를 악용해 총수 일가의 편법적 승계에 활용(공정위)했다는 점에서 최고 악성인 동시에 매우 교활한 기업 불공정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 총괄사장은 2003년 자본금 5억원 회사를 설립, 15년 만인 2018년 부의 편법 이전을 통해 자산규모 3조5,000억원의 호반건설 1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조원 이상의 증여세를 회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집단 호반건설은 2023년 5월 1일 기준 자산총액이 14조 6,000억원이다(공정위).
공정위는 부당내부 거래에 대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부당 내부거래가 최종 종착지인 편법 승계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국세청이 세금 없는 편법 승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도 “호반건설 설립 당시 작성된 내부 보고서에 김대헌 등 친족이 장차 신설법인(호반건설주택)을 통해 호반건설의 지배권을 획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장남 김 총괄사장에 대한 부당지원이 편법 승계를 목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기획·진행돼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 총괄사장의 합병전 회사 호반건설주택은 2003년 비오토에서 출발한다. 당시 비오토는 분양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자본금 5억원 규모였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된 건 그로부터 5년 후인 2008년인데, 이 때 지분율 100%를 가진 최대주주로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당시 김대헌 총괄사장은 대학교 2학년 나이인 20살에 불과했다. 3년 후인 2011년 23세의 김 총괄사장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억원의 개인 돈을 회사에 더 넣어 비오토의 자본금은 8억원이된다.
비오토 설립 당시 자본금이나 2011년 유상증자 대금 등 ‘편법 승계를 위한 종잣돈’ 역시 김 총괄사장의 나이로 볼 때 직접 조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2003년 김 총괄사장을 대리하여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봤다.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 통해 아들 회사로 부의 이전
호반건설주택은 설립 직후부터 호반건설 내부의 분양대행 모델하우스 광고 등 일감을 몰아받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2012년까지 내부 거래 비중이 100%에 가까웠다(공정위). 삼성에버랜드의 외식사업부에서 분사한 이재용 회장 일가의 회사 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을 몰아준 것과 흡사하다.
이후 2012년 내부거래 30% 이상인 기업의 이익을 의제 증여로 간주하여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규정(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규정)이 신설되자, 호반건설은 내부거래를 줄이면서 공공택지 시행 사업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2013년~2015년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계열사 및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하는 방식(벌떼 입찰)으로 공공택지 23개를 확보한 뒤 김 총괄사장이 이끄는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소유한 호반산업 등에 양도했다.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은 넘겨받은 공공택지 개발로 5조8,575억원의 분양매출과 1조3,587억원의 분양이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호반건설은 두 아들의 회사가 공공택지 입찰에 참가할 때도 필요한 신청금을 낼 여력이 없자 414회에 걸쳐 1조5,753억원을 무상으로 빌려줘 5억여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시켰다.
또 호반건설은 두 아들의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프로젝트파인낸싱(PF) 대출 2조6,393억원에 대해서도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함으로써 두 회사는 내야할 지급보증 수수료 최소 152억6,200만원 상당의 이득을 봤다.
호반건설은 두 아들의 회사가 종합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뒤에는 정상적으로 수행하던 건설공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하고 도급계약을 해지한 뒤 두 아들 회사에게 이관하는 방식으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김 총괄사장의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에서 6개 현장 515억원 규모의 공사를 넘겨 받았다.
‘호반 패밀리’가 정한 합병 비율과 편법 승계의 완성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와 공공택지 양도 등을 통해 김 총괄사장의 호반건설주택은 2003년 김상열 회장이 김 총괄사장을 대리해서 세운 자본금 5억원 회사에서 2017년 분양매출이 2조5,790억원의 회사로 덩치를 키웠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주택이 2010~2017년 호반건설의 부당지원 기간동안 호반건설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주택은 2008년 매출액 1,166억원, 순이익 169억원에서 2017년 매출액 1조 6,000억원, 순이익 6,100억원으로 뛰었다. 9년 만에 순이익은 36배, 매출액은 100배 가까이 급증했다.
호반건설주택은 2018년 12월 모회사인 호반건설과 흡수합병됐는데, 흡수합병직전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로 호반건설(16위)보다 더 앞섰다(공정위).
호반건설은 2018년 12월 4일 덩치를 키운 호반건설주택을 1대 5.89의 비율로 흡수합병했고, 이를 통해 김 총괄사장은 호반건설의 지분 54.73%를 확보했다. 김 총괄사장은 증여세 없이 호반건설의 1대 주주가 되면서 2018년 자산규모 3조5,200억원(공정위)의 호반건설의 그룹 지배권 장악을 완료한 것이다.
합병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김 총괄사장의 회사 호반건설주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반면 모회사 호반건설의 가치는 축소시시키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 합병 비율 조작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드러난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주택은 비상장기업으로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자, 두 부자간의 협의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 당초 2018년 10월 2일 이사회를 통과한 합병 비율은 호반건설 대 호반건설주택이 1 대 4.52의 비율이었다. 그런데 20여일 뒤인 10월 24일 뚜렷한 이유 없이 두 회사간의 합병 계약 변경을 통해 1대 5.89의 비율로 정정된다.
당시 정정 공시를 보면 회계법인이 평가한 가액을 고려하여 당사자간 협의한 가액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호반건설 2018년 10월 26일 정정신고 공시). 사실상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주택 두 당사자의 자의적 협의로 정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공정위가 호반건설의 부당지원 행위를 밝힌 만큼 국세청이 의제 증여로 간주해 탈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와 검찰의 배임 혐의 수사가 뒤따를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호반건설 반론>
뉴스버스는 ‘증여세 없는 편법 승계’라는 지적에 대해 호반건설 측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호반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15일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 발표 직후 낸 보도자료로 갈음해달라고 요청했다. 편법 승계에 대한 반론은 아니지만, 뉴스버스는 호반측 입장 대로 보도자료 내용을 반론으로 반영한다.
호반건설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으나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공정위 의결 결과에 대해선 이를 검토한 뒤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보도자료에서 “결과를 떠나 고객,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