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년째 꿀벌 실종…꿀벌 건강 지킴이 '바이오포스' 주목

올해 꿀벌 200억마리 사라져…양봉·과수농가 비상 바이오포스, 꿀벌 응애 치료제·면역증강제 등 개발 꿀벌 지키기 위한 무독성 '천연 살충제도 개발

2023-05-29     이대 기자

‘바이오포스는 꿀벌을 지켜낼 것인가’

꿀벌의 집단 실종이 연 2년째 이어지면서 ‘꿀벌 강군’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 기업 ‘바이오포스’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포스는 꿀벌을 지켜내기 위해 꿀벌을 위한 ‘치료제’와 ‘영양제’ ‘면역증강제’ ‘농약 해독제’ 등을 생산하는 국내 1호 꿀벌 의약품 전문 기업이다. 

바이오포스 연구진이 꿀벌을 지키기 위한 약품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바이오포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국에 있는 벌통 153만8,000여개 가운데 62%가량(95만여개)에서 꿀벌이 폐사했다. 벌통 하나에 2만 마리의 벌이 살고 있으니, 사라진 꿀벌은 최소 200억마리에 가깝다. 지난해 이 무렵에도 월동 꿀벌 78억(벌통 39만개) 마리가 사라졌고, 9~11월엔 100억마리가 사라졌다.

꿀벌의 집단 실종은 양봉 농가에 직격탄이지만, 과일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려 과수 농가의 막대한 피해로도 이어진다.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의 수분 활동이 없으면 딸기 수박 참외 등이 열매를 맺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여 종 중 꿀벌이 수분 매개하는 종이 30%에 달하며,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꿀벌이 수분 매개를 담당하는 종은 무려 70%에 이른다. 

이 같은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유엔은 2017년부터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해 꿀벌 보호를 위한 활동까지 벌이고 있지만 꿀벌 실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2006년 군집 붕괴로 미국 벌의 25~40%가 사라졌다.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은 꿀을 구하러 간 꿀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이 집단으로 죽어 벌통 안에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할 꿀벌 군집이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포스 공동대표 홍기석 원장.

바이오포스는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의 먹거리도 사라진다’는 위기 의식에서 ‘꿀벌의 떼죽음’을 해결해보겠다며 2018년 농약회사를 인수해 공동사업으로 출발했다. 현직 성형외과 의사인 홍기석 원장과 현 표병수 바이오포스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홍 원장은 “‘꿀벌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다가 꿀벌은 치료용 약제도 없고 약을 연구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돼 바이오포스를 세웠다”며 “꿀벌이 살아야 지구와 인류의 미래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포스는 자체 연구소를 두고 3년간의 꿀벌을 위한 약제 개발에 나선 끝에 응애 치료제와 꿀벌 면역 증강제 등 7종의 약품을 개발, 시판하는데 성공했다. ‘꿀벌 건강’을 지키고 ‘벌들이 행복해야 한다’ 생각에서 약품들 이름도 비해피(bee-happy)로 지었다. 

‘비해피 바로’는 양봉 꿀벌에 치명적인 ‘응애 퇴치용’ 응애 치료제다. 벌통에 기생하면서 애벌레의 체액을 빨아먹고 병원성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가 응애인데, 이 응애의 이상 번식이 꿀벌 떼죽음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바이오포스가 개발한 꿀벌 면역증강제와 응애치료제인 '비해피'형제들.

꿀벌의 집단 실종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농약(살충제) 응애 등이 복합된 것으로 추정한다. 양봉 농가들은 응애의 이상 번식을 기후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응애 치료제는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었는데, 독성이 있는 중국산과 달리 바이오포스 자체 연구진이 직접 현장에서 꿀벌을 키우며 개발한 ‘비해피 바로’는 맹독성이 없는 친환경 제품이다. 바이오포스가 생산하는 제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화학성분이 아닌 자연추출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바이오포스는 꿀벌의 면역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비해피 플러스’ ‘비해피 파워’도조달청을 통해 양봉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비해피 파워’는 KVGMP(동물용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아 동물용의약품 전문회사에 기술이전해 생산하는 바이오포스의 주력 제품이다.  

생산 제품 가운데 꿀벌의 산란을 촉진하는 ‘비해피 골드’는 산업곤충연구소와 임상 실험을 한 결과 산란률이 7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에서 농약과 살충제 성분을 중화시켜 꿀벌을 구할 수 있는 해독제 ‘비해피 디톡스’도 내놓았다.

더 나아가 화학 농약인 살충제로부터 꿀벌 피해를 없애기 위해  벌은 죽지 않고 일반 농작물 해충만 죽이는 무독성 천연 살충제인 ‘아그로충’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일반 해충들은 대부분 딱딱한 각질의 등껍질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잘 붙도록 약재의 접착력을 강화한 대신, 날개짓을 많이 하는 꿀벌에겐 붙지 않는 원리를 적용했다.

2019년 8월 출시된 아그로충은 다양한 작물에 실험한 결과 농작물 해충 중에서도 박멸이 어려운 진딧물과 가루이를 2~3일내에 빠르게 살충하고, 화학 농약에 근접하는 수준(80~90%)의 살충력을 보였다.  

꿀벌에게 독성 피해를 주지 않는 유기농 살충제 아그로충. (바이오포스)

바이오포스는 꿀벌을 위한 양봉용 의약품 생산외에도 양봉농가와 제휴 협력을 통해 양봉 농가가 생산한 질 좋은 ‘꿀’을 납품 대행하는 일도 하고 있다. 홍기석 원장은 “아카시아꿀은 동아시아에서만 생산되는데, 특히 우리나라 꿀에서는 향이 나고 식물호르몬 가운데 하나인 아브시스산이 풍부해 위장 장애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호주의 프리미엄 마누카꿀처럼 우리나라 꿀을 고급화 브랜드화시키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 야생화꿀’ ‘제주 밀감꿀’ ‘공주 밤꿀’처럼 지역별 꽃 꿀을 프리미엄 꿀로 만들 수 있도록 양봉 농가에 대한 기술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포스 표병수 공동대표는 "올해는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입주하여 서울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개발능력도 키우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인류와 생태계 보호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친환경 바이오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