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탓' '소송무효'…학폭 아들 감싼 '검사 정순신'의 기술

2023-02-28     김태현 기자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오른쪽) 박범계 김승원(왼쪽) 의원 등이 28일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와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 '책임론' 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은 '학교 폭력'도 문제지만 검사라는 직업과 법 지식을 동원한 '학폭 무마'과정이 더 심각하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반성을 막았고 학교가 선도 차원에서 처리하려던 과정을 '법 기술'로 봉쇄했다. 이 점에서 '아들의 일'이라기 보다는 정 변호사 '본인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8일 뉴스버스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민사고 교사였던 A씨는 정 변호사 부부가 학교의 선도를 직접 막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씨는 "저는 교사로서 처벌보다는 선도의 목적이 있으니까 회유도 하고 타일러도 보고 피해 학생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정 변호사의 아들이) 조금 공감하려고 하면 부모님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조금이라도 선도를 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실망했다"고도 설명했다.

피해 학생은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정 변호사 부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학교가 자녀에 대한 선도를 시도할 때마다 이를 막았다. 특히 정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예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녀가 학교폭력과 관련한 진술서를 쓸 때마다 직접 교정까지 했다.

선도는 무시하고, 교사·피해 학생에겐 책임 돌리기 

정 변호사 부부는 학교폭력에 대해 "경력이 많지 않은 학교 폭력 담당교사가 원래 업무를 병행하면서 불과 10일 만에 이 사건을 조사한 후 자치위원회에 그 결과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된 피해 학생의 진술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고, 주변 친구들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했다.

또 피해 학생의 피해 주장을 애써 무시하면서 아들부터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정 변호사 부부는 "피해 학생이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피해 학생과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 학생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에는 정 변호사의 아들이 가한 학교 폭력이 구체적으로 진술돼 있다. 

지속된 학교 폭력으로 인해 피해 학생은 정 변호사의 아들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패닉(온 몸 떨림현상)에 빠졌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극심한 불안 및 우울을 겪었다.

또 피해 학생은 30%였던 내신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하락했고, 겨울방학 후 학교로 복귀해 생활하던 중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집으로 귀가했다. 이후 피해 학생은 자살 시도를 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정 변호사 아들에게 내린 교내봉사 40시간과 출석정지 7일  조치에 대해서도 정 변호사 부부는 "시험이 엉망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학폭위 위원이 "처분 받은 12일을 이행하면 고교 생활의 마비가 온다고 말씀하는데, 피해 학생은 1학기 내내 학교를 못 나온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정순신, 왜 '소송 무효' 주장했을까?

학교와 교육청에서 아들에 대한 전학 처분이 내려진 뒤 정 변호사 부부는 징계 집행정지 가처분과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냈다. 학교측의 강제 전학 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소송을 통해 막은 것이다.

하지만 1심은 "정 변호사의 아들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해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는 전학 조치가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 변호사 부부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돌연 "소가 부적법하다"며 소송 무효를 주장했다. 학교폭력 예방법에 따르면 재심 결정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 측만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본인들은 가해자이기 때문에 적격성이 없으므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주장이었다. 기껏 원고 입장에서 소를 제기해놓고 원고의 소송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자 아예 소송을 무효화시키는 '기술'을 부린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학교 폭력 문제를 다뤄본 한 변호사는 "1심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판결이 목적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서 특정 기간을 도과시키기 위한 변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심 판결이 나온 직후인 2018년 11월 언론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보도됐는데, 그 다음해인 2019년 정 변호사가 검사장 승진 대상 사법연수원 기수였다는 점에서 '소송 무효' 전략은 아들 뿐만 아니라 본인까지 염두에 둔 '법 기술'로 해석된다. '소송 무효' 가 되면 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1심 판결'도 남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