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검사 출신이 경찰 수사 지휘권 장악했다
전국 시·도경찰청장 경찰서장 등 3만 수사 경찰 지휘 정 신임 국수본부장,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도 포함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가 24일 임명되면서, 검찰 출신이 경찰 수사지휘권을 장악하게 됐다.
정 변호사는 특수수사통 검사 출신으로 분류되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 재직당시 대검연구관으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엔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지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장,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경찰청장 바로 아래 치안정감 계급이지만 전국 경찰의 개별 사건 수사 지휘 권한을 갖고 있어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권의 분산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사에 관한한 경찰청장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국가경찰법 14조 6항에는 경찰의 수사에 관한 사무의 경우에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하여 경찰청장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청장이 개별 사건을 지휘할 수 있는 때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공공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로 경찰 자원을 대규모로 동원해 통합적 대응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국한돼 있다. 이 때도 경찰청장은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서만 지휘 감독할 수 있고, 긴급성이 사라지면 그 즉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 경찰 수사권을 통째로 검찰에 넘겨줬다는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20년 동안 검찰에서 생활한 검사를 경찰 수사 최고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경찰 수사권을 사실상 검찰에 갖다 바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 간부는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치안정감)으로 임명되면서 경찰청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요건도 갖춰졌다"며 "정 변호사를 경찰청장으로 임명하고, 새 국수본부장에 또 검사 출신을 앉히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다른 경찰 간부는 "수사 뿐만 아니라 수사 관련 업무도 모두 국수본부장에게 보고가 되기 때문에 경찰청장과 차장에게 보고가 되지 않는 부분도 국수본부장에게 전달이 된다"면서 "향후 경찰의 내부적인 사안들이 국수본부장을 통해 일종의 '오픈소스'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수사본부장 계급인 치안정감은 경찰 내 두 번째 높은 계급으로, 차기 경찰청장(치안총감) 후보군이다. 국수본부장과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개 자리가 치안정감이다. 국수본부장은 임기 2년을 마치면 당연 퇴직하지만, 임기 중 경찰청장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경찰청장의 임기도 2년인데, 윤희근 경찰청장은 2024년 8월까지이다.
경찰 내부망에는 검사 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국수본 설립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기구로 국수본을 설립했는데, 국수본부장에 '검사 출신'을 앉혀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