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안 통과…헌정사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293명 중 찬성 179명…반대 109명, 무효 5명 野 "국민명령 수행" vs 與 "의회주의 폭거" 유가족 "특별법 제정까지 책임 다해주길 부탁" 대통령실 "의회주기 포기, 부끄러운 의정사"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 책임을 물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공동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출석 의원 293표 중 179명 찬성으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반대는 109표, 무효는 5표가 나왔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지만 민주당(169석),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1석) 등 공동발의한 3당의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 사유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 위반이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장관은 참사예방·대응에 책임있는 장관이지만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고, 참사를 인지한 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했다. 또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을 했고, 참사 직후부터 부적절한 발언을 해왔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이태원 참사 후 국회는 대통령에게 재난 및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이 장관 해임을 건의하고, 또 국정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이상민 장관 파면을 촉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까지 답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탄핵소추안에는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진실이 담겨있다. 국정조사는 공개된 국회 회의장에서 선서를 한 증인과 유족 공문서 현장 녹음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다해 국민 명령을 따라야할 책무가 있다"며 "유족분들은 희생자들이 이름도 영정도 없이 정부 분향소에만 안치될 수 없다고 한다. 희생자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역사에 기록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렀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을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의회주의 폭거다"면서 "부메랑이 돼서 민주당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재발방지를 하자는게 아니라 정부와 여당에 상처낼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며 "더 가면 대선 불복이자 윤석열 정부에 해코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국회 본관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제라도 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부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책임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유가족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시점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된다. 국회법에 따라 소추 의결서가 이 장관에게 송달되면,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직을 받아들일 수도 해임할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선고하더라도 민·형사상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