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안 통과…헌정사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293명 중 찬성 179명…반대 109명, 무효 5명 野 "국민명령 수행" vs 與 "의회주의 폭거" 유가족 "특별법 제정까지 책임 다해주길 부탁" 대통령실 "의회주기 포기, 부끄러운 의정사"

2023-02-08     김태현 기자
(사진=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 책임을 물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공동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출석 의원 293표 중 179명 찬성으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반대는 109표, 무효는 5표가 나왔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지만 민주당(169석),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1석) 등 공동발의한 3당의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 사유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 위반이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이 장관은 참사예방·대응에 책임있는 장관이지만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고, 참사를 인지한 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했다. 또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을 했고, 참사 직후부터 부적절한 발언을 해왔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이태원 참사 후 국회는 대통령에게 재난 및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이 장관 해임을 건의하고, 또 국정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이상민 장관 파면을 촉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까지 답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탄핵소추안에는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진실이 담겨있다. 국정조사는 공개된 국회 회의장에서 선서를 한 증인과 유족 공문서 현장 녹음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다해 국민 명령을 따라야할 책무가 있다"며 "유족분들은 희생자들이 이름도 영정도 없이 정부 분향소에만 안치될 수 없다고 한다. 희생자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역사에 기록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8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을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의회주의 폭거다"면서 "부메랑이 돼서 민주당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재발방지를 하자는게 아니라 정부와 여당에 상처낼 생각만 하는 것 같다"며 "더 가면 대선 불복이자 윤석열 정부에 해코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국회 본관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제라도 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부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책임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유가족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시점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된다. 국회법에 따라 소추 의결서가 이 장관에게 송달되면,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직을 받아들일 수도 해임할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선고하더라도 민·형사상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