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영정·위패있는 분향소 설치해달라"

서울시, '8일 낯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 2차 계고장 유가족 "서울광장 분향소 끝까지 지켜내겠다" 난로 반입 과정서 경찰과 충돌도…유가족 3명 실신 유가족 "분향소는 '관혼상제', 헌법과 법률로 보호"

2023-02-06     김태현 기자
(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에서 분향소 철거를 예고한 서울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정과 위패가 있는 마지막 분향소를 차려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시민과 유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다"며 "서울시가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가족들은 "48시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계고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공익적 이유도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절차적으로 내용적으로도 위법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서울시와 경찰의 의도는 결국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온전한 추모를 탄압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해 11월2일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린 것처럼, 도덕적으로 인도적으로 분향소를 차려달라. 그땐 영정과 위패가 없었지만 지금은 영정과 위패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 측이 녹사평역 지하4층이 아니면 (분향소 설치를) 합의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면서 "(서울광장 분향소는) 시청건물 가까이 설치돼 시민들의 통행 및 자유로운 사용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성명에서 "서울시와 경찰은 희생자 159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에 대해 반성은 하고 있는가"라며 ▲분향소 철거 시도 중단 ▲분향소 설치·운영 협조 ▲차벽과 펜스 철거 ▲시민 조문과 1인시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의 강제철거 예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두르고 있던 빨간 목도리를 연결해 서로의 손에 두르고 있다. (사진=뉴스1)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분향소 앞 바닥에 앉아 두르고 있던 빨간 목도리를 연결해 서로의 손에 둘렀다. 유가족들은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10장, 100장, 수천장을 보내도 끝까지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에는 노동계 시민사회 종교계 인사들도 함께 참여해 힘을 보탰다. 

앞서 이날 오전엔 한 유가족이 전기 난로를 분향소에 들여오려다 경찰이 제지하자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유가족과 경찰이 충돌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과 사과를 요구하며 서울시 청사 진입을 시도하며 이를 막는 경찰과 1시간 30분 동안 대치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 청사로 들어가려다 제지하는 시 관계자 및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과정에서 유가족 3명이 뇌진탕 및 실신으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양한웅 대책위 공동운영위원장은 "희생자 어머니 한 분이 영정이 너무 추워보인다고 난로를 갖고 들어가려 했는데, 경찰과 서울시가 막았다"며 "그 어머니는 원하고 분통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6일 오전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들여오려다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한 뒤 실신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공원 합동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추모 행진을 하던 중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이에 서울시는 분향소 설치 하루 만인 지난 5일, 유가족 측에 이날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는 계고장을 보냈다. 서울시는 이날 분향소 철거에 나서진 않고, 8일 낮 1시까지 철거하라는 2차 계고장을 보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분향소 문제는 서울시에서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일련의 절차가 진행되고 나서 요청이 오면 검토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