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맞수 애플의 '아이폰' 안팔리면 웃을까?

삼성전자와 애플, '너의 불행 나의 행복' 아닌 '윈윈 파트너' 애플은 삼성전자 최대 경쟁자이면서 최고의 VIP 고객 삼성전자, 신상 스마트폰 갤럭시S23 2월 1일 공개 예정

2023-01-27     권성률 애널리스트

삼성전자 신상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2월 1일 공개 예정이다. 카메라에 엣지를 줄 갤럭시S23 제품을 보기에 앞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부터 들여다볼까 한다. 과연, 경쟁 심리속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의 관계일까?

서울 시내 한 빌딩의 애플스토어 외벽에 걸린 아이폰14프로 광고. (사진=뉴스1)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가 주력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위로 수년간 최고봉에 있고, 애플은 화웨이 몰락 이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래 도표의 출하량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거뜬하게 1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벌어들인 이익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스마트폰업체가 스마트폰으로 챙긴 이익을 모두 합한 후 각 업체의 비중(이익 점유율)을 따져 보면 2021년 1분기부터 2022년 2분기까지 최근 6개 분기 동안 애플은 평균적으로 전체 스마트폰 업계 이익 중 80%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3% 수준에 머물렀다. 스마트폰 업계 전체 이익의 3/4 이상을 애플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스마트폰 전체 물량에서는 삼성전자에게 뒤지지만 돈이 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점유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에 따르면 2021년 도매평균가격(Wholesale ASP)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애플이 60%, 삼성전자가 17%로, 애플의 우위가 압도적이다. 이렇다 보니 두 업체의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Average Selling Price)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수량 점유율이 아닌 매출액 점유율로 따지면 애플이 오히려 삼성전자보다 더 높다. 2021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349달러인데 반해 애플 스마트폰은 941달러이다. 

이렇게 보면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은 상대방의 불행이 본인의 행복일 수도 있으며, 상대방이 못하면 본인이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아이폰이 잘 안 팔리면 삼성은 행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각 사업부 관점에서 보면 입장 차가 현저히 다르다. 삼성 입장에서 애플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부품을 어마어마하게 사가는 VIP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를 파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 사업구조는 크게 DX(Device eXperience)부문, DS(Device Solutions)부문, SDC(Samsung Display)로 나뉜다. 쉽게 말하면 DX는 셋트 사업을 하며 스마트폰을 하는 MX(Mobile eXperience)가 주력이고, DS와 SDC는 부품 사업을 하는데 DS는 반도체, SDC는 디스플레이가 주력이다. 

DX부문, 특히 MX만 보면 갤럭시가 잘 팔리고 경쟁 관계에 있는 아이폰이 안 팔리면 좋겠지만, 애플한테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DS부문과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SDC는 오히려 아이폰이 잘 팔려야 이익이 난다. 매출 규모에선 MX를 포함한 DX부문이 DS부문+SDC보다 크지만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DS부문+SDC가 MX보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많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는 셋트보다는 부품(메모리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에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있으며, 그 부품의 최대 고객이 애플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삼성전자 DS는 애플 아이폰에 모바일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애플은 모바일 디램, 낸드 모두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이 사온다. 애플이 낸드를 사오는 업체는 삼성전자, 키옥시아(Kioxia), SK하이닉스 순이며, 모바일 디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순으로 많이 사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SDC 실적은 삼성 갤럭시 판매보다 애플 아이폰 판매에 더 달려있다. 아이폰14 시리즈의 경우 상위 모델인 아이폰14 프로, 아이폰14 프로 맥스는 LTPO(Low 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저온 다결정산화물) OLED를 채택하는데, 애플이 필요로 하는 이 LTPO OLED 물량의 거의 대부분을 SDC가 공급한다. 하위 모델인 아이폰14, 아이폰14 플러스에는 LTPS(Low Temperature Polycrystalline Silicon, 저온 다결정실리콘) OLED가 쓰이는데 SDC가 이 모델에도 OLED를 공급한다. 아이폰14 시리즈 전체 물량 기준으로 SDC가 거의 7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아이폰 판매 동향이 SDC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다른 업체도 있는데 애플은 굳이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사다 쓸까?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의 품질과 성능이 압도적으로 좋고, 원하는 물량을 차질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셋트업체가 세계 최고의 부품업체와 거래를 맺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애플은 IT산업 최대 '글로벌 맞수'이면서도 굳건한 파트너 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좋아서 갤럭시, 아이폰 모두 잘 팔리는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DC부문 관점에서 보면 아이폰이 안 팔리는 게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아이폰이 잘 팔리기를 기원할 것이다. 

권성률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인지도 높은 애널리스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IT산업을 전문 분석해왔다. KB증권, 하나증권을 거쳐 지금은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산업분석팀장을 맡고 있다. 팀원들의 분석보고서를 감수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자동차‧미디어‧통신 산업도 훈수 정도는 할 수 있다. 한국경제‧매일경제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에 여러 차례 올랐고, 펀드매니저와 기업 임직원 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