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이태원 분향소 예고없이 방문…유족 "도둑 조문"
이상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하겠다" 유족·시민단체 "반성과 사죄 없는 뻔뻔한 행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2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합동분향소를 예고없이 찾아 기습 조문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나타나 희생자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유가족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이 있는 텐트를 보좌진이 허락없이 들추려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의 제지와 항의를 받았다.
설 연휴 첫날이라 분향소엔 유족 2명과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자원봉사자 몇 명만 있었다.
이 장관이 분향소를 지키던 유가족에게 “얼마나 마음의 상심이 크십니까. 내일이 설인데...”라고 말을 건네자 유가족은 “너무 크죠. 설인데 저렇게 많은 아이들이 없죠. 가족과 못 지내고 있죠”라고 울먹이듯 말했다.
이 장관이 이어 “어쨌든 이런 젊은 청년들을 잘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히 (하겠다)”라고 말하자 유가족은 “글쎄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이 “(유가족들과)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시민대책위 이미현 상황실장은 “유족들은 책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5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 46분쯤 차에 올라 분향소를 떠났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진정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어떠한 소통도 없이, 설 전날 분향소를 몰래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장관의 도둑조문은 유가족들에게 어떠한 위로도 전하지 못했고, 오히려 고통과 실망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또 “이 장관은 의도적으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가장 없을 것 같은 날 시민분향소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진정으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다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대책회의도 이 장관의 기습 조문에 대한 성명에서 “유가족들에 사전 연락도 없는 일방적인 방문에 불과했다”면서 “이번 참사의 핵심 책임자로서 통렬한 반성과 사죄의 말도 없이 도둑 조문을 와 유가족들을 위로한다며 뻔뻔한 행태를 보인 이상민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