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발표 시즌, 실적 제대로 바라보는 눈 갖추려면…
실적 엉망인데 주가 오르고, 실적 좋은데 주가 떨어지고…왜? 컨센서스 대비 실적이 중요, 가이던스 실적 바닥여부 체크해야
1월 중순 이후부터 실적 발표 시즌(Earnings Season)에 돌입한다. 통상 포스코홀딩스, IT대형주, 자동차 대형주 등의 실적 발표가 먼저 진행되고 코스닥 중소형주의 실적은 사업보고서 공시 시점에 즈음해서 늦게 발표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확정 실적 발표 전에 투자자의 편의를 위해 잠정실적을 일찌감치 발표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삼성전자, LG전자는 1월 6일에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주식을 하는 투자자라면 실적을 미리 가늠하고, 실적이 나온 후에는 실적의 의미를 해석하는 게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투자전략이라고 본다. 주요 기업의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일을 아래에 정리해 놨다.
실적이 발표된 뒤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실적은 엉망진창인데, 오히려 주가는 왜 오르나”, “실적이 잘 나와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봤는데 오늘 주가가 왜 이 모양이냐” 등이다. 이는 실적을 바라보는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투자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실적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첫째로 실적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전년 동기 대비(YoY, Year on Year)나 전분기 대비(QoQ, Quarter on Quarter) 등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주가는 기대치의 함수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기대하는 실적, 즉 시장 컨센서스(Consensus, 보통 애널리스트 실적 전망치 평균을 의미)대비 실적이 어떠하냐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전분기 대비 50% 증가했다고 하면 실적이 좋은 것처럼 비치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하는 것을 기대했다면 100% 증가는 실적이 좋은 게 아니며, 따라서 실망 매물이 나와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컨센서스 대비 실적이 대폭 상회하는 것을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ise)라고 하고, 전혀 예상 못하게 대폭 하회하는 것을 어닝 쇼크(Earnings Shock)라고 한다. 아래 도표는 미국 S&P 500 기업 중 분기별 어닝서프라이즈 비율과 S&P 500 지수의 상관관계를 그린 것인데, 실적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될지, 어닝 쇼크가 될지 시장 컨센서스를 미리 체크해놓고 발표된 숫자를 보자!
두번째로 실적 발표 후 기업체에서 시장에 던지는 향후 실적 가이던스(Guidance)가 중요하다. 통상 IR(Investor Relations)을 하는 기업은 실적 발표 후 공정공시 범위 내에서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한다. 이 가이던스가 공식적일 수도 비공식적일 수도 있으며 일반 투자자라면 이 가이던스가 반영된 애널리스트의 향후 전망 수치를 리포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IR의 가이던스를 감안 해 실적을 추정하기에 보통은 가이던스와 컨센서스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업체가 던지는 메시지인 가이던스를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통해 확인하는 게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가이던스가 좋은 기업이라면 애널리스트의 향후 실적 추정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발표된 이전 실적이 아무리 안 좋더라도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는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로 실적 바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실적이 최악일수록 실적 바닥 가능성은 더 높기 때문에, 엉망진창 실적이 나오더라도 ‘이보다 더 나쁜 실적이 나오겠어’ 라는 심정으로 주식 매수세가 몰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LG전자의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하면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지만, 실적이 바닥을 찍고 2023년 1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발표 다음 날 주가는 오히려 크게 올랐다.
주가는 실적 바닥 확인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연초의 경우 실적 발표를 통해 경영진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을 들을 수 있어서 이것도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조선, 건설 등의 수주 산업의 경우에는 연초에 수주 목표를 제시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수주 목표 달성 여부가 주가의 중요한 방향타가 되기 때문이다.
권성률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인지도 높은 애널리스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IT산업을 전문 분석해왔다. KB증권, 하나증권을 거쳐 지금은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산업분석팀장을 맡고 있다. 팀원들의 분석보고서를 감수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자동차‧미디어‧통신 산업도 훈수 정도는 할 수 있다. 한국경제‧매일경제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에 여러 차례 올랐고, 펀드매니저와 기업 임직원 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