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권 풍자' 작품 밤중 기습 철거…작가들 "작품 납치"

국회, 9일 개막 '굿바이전 in 서울' 작품 한밤중 철거 국회 "특정 개인 또는 단체 비방 행사 취소 규정" 작가들, 항의 방문…사무처, 철거 배경 즉답 피해

2023-01-09     김태현 기자
(사진=굿바이전 in 서울 제공) 

국회 로비에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었던 '굿바이전 in 서울' 참가한 작가들이 9일 국회 사무처의 작품 기습 철거에 항의하기 위해 사무처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앞서 국회 사무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태원 참사에 책임지지 않는 고위공직자 등을 풍자한 작품 전시회 개막(9일)을 하루 앞두고 밤사이 작품들을 기습 철거했다.

사무처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행사'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웠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전시회를 주최하는 의원들이나 작가들과 논의 없이 작품들을 철거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처가 오늘(9일) 새벽, 기습적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 설치된 전시작품 80여점을 무단 철거했다”며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고 규탄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작가들도 "한 밤중에 강도떼처럼 전시장을 기습해 우리 작품을 납치해 갔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에는 ‘일부 작품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취지의 사유가 적혀 있었지만,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이 개인이나 단체를 비방하는지에 대해선 국회 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작가들은 국회 사무처에 방문해 항의하려 했지만 이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자리에 없어 실무진이 대신 질문을 받았다. 실무진은 바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은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해 민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하는 전시회로, 이날부터 작가 30여명의 정치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이날 전시 예정이던 작품 중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을 비판하는 정치 풍자 작품들과 이태원 참사 이후 고위 공직자들이 사과를 하지 않거나 책임을 피하는 모습들을 비판하는 작품들이 포함됐다.

전시회는 당초 허가를 받은 상태였지만, 전날 국회 사무처 측은 입장을 바꿔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 제6조 제5호를 위반할 수 있는 작품은 전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원회관 제2로비의 사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회의실 또는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민형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품을 설치할 때는 그런 문제 제기가 없더니, 전날 저녁부터 철거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공동 주관한 의원들과 저녁 늦은 시간에 논의가 어려운 만큼, 오전 중에 결론을 내겠다 했는데 새벽에 철거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