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웰스토리 급식몰아주기는 명백한 반(反) ESG 경영
[의견] ESG 평가에 엄중히 반영되어야 할 사안
최근 가장 중요한 경영 트렌드는 ESG경영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신용평가 등급을 대체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통제 수단이 과거 현금 흐름 중심의 신용평가에서 환경·사회적 책임·지배 구조 등을 통합하는 새로운 개념 즉 신용이 아닌 사회적 책임 지표로 전환되고 있다. 이 잣대는 국제적인 기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선택이 아니라 국제적인 규율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재벌기업 , 아니 최고 기업군이라고 하는 삼성그룹은 과연 ESG 경영에서 자유로울까?
뉴스버스는 최근 삼성의 웰스토리 부당지원행위를 수사한 검찰이 정작 부당지원행위의 수혜자인 오너 일가를 처벌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삼성 계열사의 웰스토리 '급식 몰아주기'는 사법적 영역과는 별개로 반 ESG경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승계과정에서 벌어진 일
2022년 11월 1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각각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급식사업 계열사인 웰스토리에 7년간(2013~2019년) 수의계약을 통해 수조 원 대의 급식 일감을 몰아준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처벌이었다.
그런데 최 전 실장 등의 불법적인 불공정 행위의 배경과 관련, 공소장엔 "(경영권) 승계 계획안의 이행방안 중 하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유리한 합병비율 도출에 기여" 등으로 설명돼 있다. 또 공정거래위는 이미 1년 반 전인 2021년 6월 조사 결과를 통해 이 과정을 더 자세하게 언론에 공개했다.
한마디로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도구로 삼성그룹내 핵심 캐시카우(CASH COW / 현금조달창구)인 웰스토리가 동원되었고, 그 과정이 아주 조직적이고 세밀하게 기획되고 실행되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거대한 불법적인 관행의 뿌리를 집요하게 파헤쳐 밝혔고, 사법 처리를 위해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이렇게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동원된 부당한 공정 거래의 사법 처리 과정에선 막상 수혜 당사자는 빠졌다. 분명 이런 검찰의 '노골적 봐주기'가 정당한 것인가의 문제가 있지만 일단 이는 사법적 문제이고, 기업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사법 처리를 피했다고해서 다 끝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법 처리와는 또 다른 반(反) ESG 경영
국내 최대·최고 기업 집단인 삼성이 벌인 이 불공정 거래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를 훼손하는 반(反) ESG 경영 행태라는 것이다.
첫번째로 사회적 책임(Social) 을 위반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ESG평가 기관인 한국ESG 기준원이 제정 고시한 ESG 모범 규준(2021년 8월 개정)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분명하게 불공정 거래 금지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불공정거래법과 거의 유사한 기준으로 이 위반을 명시적으로 금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웰스토리 불공정 거래 행위는 분명히 반 ESG 경영에 해당되고 중대한 벌점 사유로 지적된다. 또한 이 행위가 종업원의 급식 사업이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이해 관계자와의 관계를 불투명·부정하게 경영하였다. 삼성 급식 사태로 명명되었던, 삼성 직원들의 사내 식당 급식의 부실에 대한 항의가 있었듯이 종업원의 건강권까지 침해하는 반 사회적인 행위로서 ESG 평가에 엄중히 반영되어야 할 사안이다.
두번째로는 지배구조 (Governance)의 불투명과 불공정으로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모범 규준은 지배구조(G) 분야에서 투명경영과 주주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주주권 보호는 기본적으로 소액주주와 특정 지배력을 갖는 주주와의 투명성과 공평성을 전제로 한다. 이번 사건 배경이 되는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는 명백히 규준에 반하는 행태이며, 7년간이나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이 행위는 명백히 ESG 평가 관련 규제를 받아야 마땅하다.
과연 ESG 평가는 공정할 것인가?
관계 기관인 공정거래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이 분명한 위법 혐의를 적발해 기소한 상태에서 과연 삼성그룹사들은 ESG 평가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좋은 ESG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그 평가 기관의 공정성은 훼손될 것이다. 불공정한 ESG 평가는 국제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국내 ESG 평가기관들이 이를 간과해선 안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배당 이익과 경영권 승계의 수혜자인 이재용 회장의 재가 없이 이런 일이 가능했겠느냐는 문제다. 반문해 본다. 제왕적 총수 구조에서 과연 미래전략실 책임자의 판단 만으로 수조원의 이해가 걸린 일들이 전개될 수 있었을까?
특히 급식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 고조로 이른바 삼성 급식 사태라고 하는 중대 사태까지 발생했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기반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기여했던 점으로 보면 이 조직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회장의 지시나 결재 없이 가능했다고 보긴 힘들다. 명백한 반 ESG 경영으로 보는 이유다. 그 책임은 과연 또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 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컨설팅과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