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희근, 국회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 제출' 요구' '답변 거부'
윤희근 "10월 29일 개인 일정"이유 행적 답변 안해 윤희근 지휘공백 책임 따지려면 29일 행적 공개돼야 상황실 첫 보고부터 차장 지시까지 45분은 '골든타임' 윤희근, 수사 대상이면서 수사 상황 보고 받는 정황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 10월 29일 행적 공개를 '개인 일정'이라는 이유로 공식 거부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위원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인 30일 24시까지 시간대별 이동경로와 장소, 만난 사람 등의 행적 제출을 요청했으나, 윤 청장은 29일 당일 행적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뉴스버스가 8일 용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윤 청장의 동선 및 세부 내용에 따르면, 윤 청장은 10월 29일 행적에 대해 "개인 일정을 위해 충북 지역을 방문함"이라고만 답변했다.
윤 청장은 경찰청 상황1담당관의 전화 통화로 이태원 참사 상황을 처음 인지한 10월 30일 0시14분 이후 행적만 제출했다. 윤 청장의 행적 관련 답변서는 용 의원이 지난달 23일 자료 요청을 한 지 보름만인 8일에서야 제출됐다.
윤 청장은 당일 오후 충북 제천에서 월악산 등산을 하고 지인들과 음주후 밤 11시쯤 취침, 밤 11시36분 경찰청 상황실에서 온 '이태원 참사 상황' 문자 보고를 놓쳤다.
윤 청장은 이후 40분 가까이 지난 30일 0시 14분에서야 경찰청 상황1담당관의 전화를 받고 이태원 참사 상황을 인지했다.
윤 청장은 30일 새벽 0시 14분 상황1담당관에게 신속 대응을 지시하고, 상황1담당관은 0시 21분에 우종수 경찰청 차장에게 '가용경력 최대 동원, 구급차 진입로 확보' 등 경찰청장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윤 청장과 우 차장간 직접 통화는 상황 인지후 무려 1시간 뒤인 30일 새벽 01시 10분에야 이뤄졌다.
윤 청장의 지시가 우 차장에게 전달된 0시 21분까지, 윤 청장이 최초 상황 보고를 놓친 시점부터 45분의 지휘 공백이 생긴다. 구호조치에서 이 45분은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찰청장의 지휘 공백이 발생한 29일 11시 36분부터 30일 0시 21분까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는 압사 사고에 대한 신고가 빗발쳤다. 당시 119신고 녹취록을 보면 "지금 맥박을 재봤는데 숨을 안 쉰다, 차가 막히고가 문제가 아니라 빨리 (앰뷸런스를) 보내줘야 하는거 아니냐. 사람 생명이 달렸는데"(11시41분 신고) 등 현장의 급박함을 알리는 내용들이었다.
현장에 인파가 몰려 앰뷸런스 차량마저 도착하기 어려웠고, 이 시간 수십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심정지 상태인 환자만 50명 가량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윤 청장은 참사 당일 행적을 제시하지 않고 "송구스럽다"는 답변으로 어물쩍 넘기려 하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와 "청장으로서 물론 서울 근교에 있지 못한 상태에서 늦게 연락을 받고 한 것에 대해선 변명하지 않겠다. 송구스럽다"면서도 "(경찰이)청장 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완전히 시스템이 마비되는 그런 조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날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경찰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경찰 공무원은 휴무일 또는 근무시간외 2시간 이내에 직무에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하고자 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의 장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윤 청장은 경찰총수라는 이유로 이 같은 복무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윤 청장이 참사 당일 월악산 등산을 마친 뒤 들렀다는 W펜션의 주인은 뉴스버스에 "윤 청장이 5시 30분쯤 지인들과 들러 맥주를 두 잔 정도 마시고 10~15분 만에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4일 낸 입장문에서 행적과 관련해 "향후 정식조사 등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힐 예정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달 4일과 9일 두 차례 낸 입장문에서 "월악산 등반후 제천 캠핑장에서 음주 후 취침"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윤 청장이 있었던 장소와 만난 사람들을 특정하지 않았다. '밤 11시 취침' 해명에 따르더라도 5시간 30분의 행적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윤희근, 이태원 참사 수사 대상이면서 수사 상황 보고도 받아
윤 청장이 참사 당일 대규모 집회 시위를 비롯,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된 핼러윈 축제까지 예정된 상태에서 서울을 떠나 지방에 가 있던 상황이 적절했는지를 따지기 위해선 윤 청장의 당일 행적이 당연히 수사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특수본은 수사 상황을 수사 대상자인 윤 청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달 7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1차 압수수색 후) 경찰은 현재까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고, 아마 추가적으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날 특수본은 윤 청장의 사무실을 비롯해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사무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청장이 보고 받은 내용 그대로 진행됐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특수본은 최종 결과만 보고하는 독립적인 별도 기구"라고 했지만, 윤 청장이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다.
또 특수본이 윤 청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윤 청장의 당일 행적에 대해 드러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뉴스버스는 특수본이 수사 상황을 경찰청장에게 보고하는지 여부와 경찰청장의 당일 행적 수사 진행 여부 등을 물으려했으나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취재단이 아니면 답변할 수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