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아빠

2022-12-06     고경일 풍자만화가

국제노동기구(ILO)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노동 기본권 침해와 관련해 항의 서한을 보내 왔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헌법에 보장 되어 있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공드라이브 일색이다.

시멘트 운송 분야에 이어 철강‧정유 운송업 등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니 어처구니 없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직적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라고 큰 소리만 친다. 

‘법과 원칙’이 국제규약과 어떻게 부딪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전혀 검토하지 않는 듯한 발언이다.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안 마련도, 대책 제안도 않으면서 무조건 노동자들의 파업을 적대시하는 전략은 대통령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

윤 대통령을 볼 때 마다 영화 샤이닝의 주인공 잭(잭니콜슨 분)이 떠오르는 이유는 한 집안의 가장이 '나는 이렇게 잘하고 있으니 관심 좀 가져달라'고 떼쓰는 부분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주요 22개국 지지율 조사(모닝 컨설트)에서 16%대에 머물러 있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강경 대응해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방법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으나, 컨셉을 잘못 잡았다. 윤석열 정권의 도끼질(업무개시명령)은 '잘한다고 칭찬 좀 해달라’는 '관종 굿판(?)’이 펼쳐진 느낌이 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촛불 집회와 노동자들의 거리 투쟁에서 참가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여지없이 ‘막장공포괴담스릴러'가 펼쳐 질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고, 해 왔던 일만 반복한다. 일국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세계관이나 철학이 빈약하다 보니 시민들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고 사법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옥죄는 사정 정국만 이어가는 모습이 꼭 그렇다.

가족들이 가장의 말을 잘 듣기에는 능력 없는 ‘관종 아빠’의 ‘싸이코 놀이’가 영 재미가 없다. 이미 샤이닝2가 개봉된 건 아닌지 두려울 정도다.

고경일은 풍자만화가이자 2001년부터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 회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서울민예총회원, 호아빈의 리본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에도 풍자만화를 연재했다. 벤쿠버아일랜드대학 객원교수, 모교인 교토세이카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전쟁 피해 여성들을 위한 ‘보따리’전과 언론개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굿바이展’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