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캐' 이야기
웹툰을 보다 보면 구독자들의 댓글에 ‘발암캐’라는 신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구독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발암캐'란 보기만 해도 암을 일으킬 것 같은, 사방팔방 민폐를 뿌리고 다니는 캐릭터를 말한다. 발암캐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네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주인공이 무능력해서 사건이 터지면 그때서야 수습에 나서고, 어떤 상황 인지 파악이 안되서 좌충우돌 한다.
둘째, 주인공이 책임 져야할 사건이 터졌는데, 본인이 나서서 해결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한다. 밑에 사람을 방패막이로 쓰거나 이런저런 상황을 핑계로 현재의 위기만을 모면하려고 한다.
셋째, 주인공이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거다. 자신이 내뱉은 내용이나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할 상식 조차도 오락가락 한다.
넷째, 능력도 노력도 없는 주인공이 권위적일 경우 독자들은 더이상 신뢰를 하지 않는다. 상명하복을 강조하며 리더로써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독자들에게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다.
웹툰의 세상에서조차 이런 캐릭터들은 연독률을 떨어트리고, 작가가 자멸하는 지름길이 되는데 현실에서는 어떨까? 한나라의 지도자가 발암캐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고 있고 수시로 거짓말까지 한다면, 기본적인 국정운영은커녕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국가의 시스템은 붕괴 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수 많은 국민들이 위임해 준 권력을 가진 캐릭터다. 국민들의 대리만족의 분신인 셈이다. 만일 웹툰에서 ’발암캐‘로 인해 연독률이 16%대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날부터 그 캐릭터는 가차없이 강제로 지워지고 말 것이다. 주인공은 캐릭터가 아니고 국민이기 때문이다.
고경일은 풍자만화가이자 2001년부터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 회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서울민예총회원, 호아빈의 리본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에도 풍자만화를 연재했다. 벤쿠버아일랜드대학 객원교수, 모교인 교토세이카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전쟁 피해 여성들을 위한 ‘보따리’전과 언론개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굿바이展’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