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20%대 지지율과 여·야 지지율의 고착화…왜?
尹, 지지층 더 이상 깎이지 않는 '대깨윤' 만 남아 민주,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지지율 확대 발목 잡아 여·야, 자기 쇄신 없이 상대방 실책으로 지지율 유지 새 정치세력 없어 거대 양당 쇄신 추동력 봉쇄된 탓
한국갤럽이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은 29%, 부정평가율은 61%였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4%, 국민의힘 32%로 오차범위 이내로 나타났다(무선 90%, 유선 10%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실시되었으며, 응답률은 9.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순방을 전후해 연달아 논란을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으로서는 가장 다사 다난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야 지지율은 요동치지 않는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긍정 29% 대 부정 61%로 나타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3주 전에는 30 대62, 2주 전에는 29대 63, 1주 전에는 30 대 62였다. 정당 지지율은 3주 연속으로 민주당 34%, 국민의힘 32%로 나타났고, 양당은 5주 연속으로 오차범위 이내에서 경합했다.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사건인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는 변동이 없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지지율이 저조한 대신 지금 남아 있는 지지층이 단단하다는 것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박근혜 정부처럼 어느 정도의 지지율을 갖고 있어야 깎여 내려갈 여지도 생기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깎일 만큼 깎였고, 또한 이제는 어지간하면 버티는 것이다. 둘째, 부정평가층 역시 두텁고도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적절한 참사 수습을 바라며 대통령에게 격려를 보내는 여론도 별로 없었음이 확인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 여론의 찬성이 높았던 사례는 드물고, 인사 논란이나 배우자 리스크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장관 경질’이나 ‘국회 국정조사 실시’와 같은 여론에 부응하는 모습도 없었다. 그도 모자라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고,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에도 MBC의 비속어 논란 보도가 ‘한미동맹을 이간질했다’고 규정하며 MBC를 맹공하는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2008년 ‘광우병 보도’까지 다시 끄집어냈다. 이런 태도로 지지층 재확대는 매우 어렵고, 반대층이 더 반대하는 흐름은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19일) 새벽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실장이 구속된 여파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윤 대통령의 원군이 되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여론의 지지가 늘었던 것은 민주당에대한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는 느낌이 확산되면서였다. 반면 지금은 ‘윤석열 정권’이고, 그것도 초창기다. 정권 지지율이 높든 낮든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수사가 정당하다고 믿는 국민도 굳이 윤 대통령에게 긍정 평가를 할 이유가없다.
다만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여권에게 반사이득을 안겨다주지 않는 대신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되고 있다. 그것 아니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너끈히 앞서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처럼 국민 반대가 높은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추진하는 국회 국정조사 실시의 경우 국민의 지지가 높다. 무리수만 두지 않아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받아 안을 수 있는 정국이지만, 결국 ‘윤석열 정부가 미워도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에 가로막혔다. 당내에 이 대표에 필적할 정치인이 없으니 또 다른 부류의 지지층도 형성되지 않는다.
현재의 여론 지형은 지난 대선 때와 별 차이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당 지지율이 초박빙인 이유는 같다. 한쪽에 힘을 실어주면 그것을 틈 타 잘못할 것임을 많은 유권자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쉽사리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다. 무당층은 한국갤럽 조사상으로 10월 초부터 줄곧 25~30%다.
정치권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교착 상태에 처했다. 이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자기 쇄신’일텐데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교착상태는 쇄신이 없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또 앞으로도 상대방의 악재나 지지율 정체를 빌미 삼아 자신이 쇄신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더 충격적인 문제가 윤석열 정부에서 터지거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론이 확 기울 만큼 확연해지거나, 이 두 가지 경우가 그나마 변수일 것이다. 그러나 둘 다 발생하지 않고 2024년 총선까지 나아간다면? 아마 지난 대선과 비슷한 ‘50 대 50 승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해서 거둔 결과는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는 언제까지 이런 승부를 봐야 할까?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한쪽 혹은 양쪽은 지지율 잠식을 당한다. 이때 비로소 거대 양당의 자기 쇄신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한국정치의 최대 문제는 이러한 경로가 봉쇄된 것이 아닐까 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