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이상민, 사과 아닌 유체이탈 화법 '유감 표명'

이상민 "국민 염려할 수 있는 발언해 유감" 유승민 "국가는 왜 존재하나?…이상민 부터 파면을" 박지원 "경찰 대처 너무 미흡…이상민 몰상식한 얘기"

2022-10-31     이진동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이태원 ‘핼러윈 데이’ 초대형 참사에 대해 “경찰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발언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에도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안전과 이번 참사 수습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하루종일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이 장관은 이날 오후 마지못한 듯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적절한 표현이 아닐 뿐더러 유체이탈 화법이어서 논란을 더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고 반문한 뒤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KBC광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분노가 끓는다. 어떻게 이런 몰상식한 얘기를 하느냐”면서 “사전에 통행 통제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경찰 대처가 너무 미흡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때는 이태원에 20만명이 운집했어도 질서유지가 잘 됐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도 이 장관을 겨냥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무겁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지금 너무도 슬프고 참담한 심정인데, 해당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이 없다’이런 태도를 보여 국민들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장관 얘기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오전까지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고 대응을 위한 인력 배치에 특이사항은 없었다"면서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자, 이 장관은 이날 오후 4시쯤 ‘행정안전부 장관 공식 입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상대편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쓰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스스로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식의 유체이탈식 발언을 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닌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조차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