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검'으로 방향 튼 민주, '김건희 특검' 어쩌려고?
김용 구속으로 압수수색 저지 명분 상당한 타격 민주, 4년 전 "언론사 압색 탄압 아니다"…지금은 "야당 탄압" 자기 방어 급급해선 尹 정권 견제와 심판 제대로 못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됐다. 아직 수사중이고 재판으로 진실을 가리는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그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자금을 수수했는지 확정지을 수 없다. 물론 김 부원장이 건네 받았다는 돈이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 자금으로 흘러들었는지 여부 역시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로 민주당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건 확실하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이번 대응 과정을 보면 민주당이 '과연 윤석열 정권 견제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2018년 4월, 경찰은 TV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드루킹 일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 TV조선의 한 기자가 드루킹 일당의 아지트인 느릅나무 출판사에 무단 침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TV조선 관계자들은 압수수색을 저지하며 ‘언론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런 논평을 내놨다. "수사의 대상이 언론사라고 예외가 될 수도 없다.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은 정당과 정부, 경찰, 검찰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압수품 대상 역시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대상에 특정돼 있다. 이를 언론탄압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로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 (2018년 4월 26일)
그가 밝혔듯 언론이든 정당이든 사유만 충족되면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덮어놓고 탄압으로 몰아가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10월 19일 있었던 검찰의 김 부원장 압수수색은 민주당 중앙당이 아니라 부설연구소이자 독립법인인 민주연구원이 대상이었다. 민주연구원은 중앙당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을 뿐이다. 압수수색 대상 역시 김 부원장이 사용한 물품으로 특정돼 있었다.
4년 반 전의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이지만, 최근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저지의 부당성을 읽을 수도 있다. 김현 당시 대변인은 TV조선에 이렇게 촉구했다. “TV조선 측이 언론탄압이라고 맞서며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은 법치 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다.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폐하기 위한 게 아닌지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TV조선 측은 수사방해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경찰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여기서 ‘언론’을 ‘야당’으로, ‘TV조선’을 ‘더불어민주당’으로, ‘경찰’을 ‘검찰’로 바꾸면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김 부원장이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세 차례, 총 5시간만 머물렀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김 부원장이 PC나 책상을 사용한 적이 없거나 사용시간이 짧다면, 압수수색도 금방 끝날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기회를 아예 봉쇄했다. 이렇게 되면 당원들을 대거 동원할 수 있는 건물에 있는 사무실은 법원이 합법적으로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도 압수수색을 못하는 ‘무법’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또 증거은닉이 있는건 아닌지 의혹도 증폭될 것이다.
민주당이 취한 대응은 김 부원장의 구속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특검을 요청했지만, 일단 검찰 수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국민들 눈엔 ‘방탄용’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유 전 본부장의 ‘8억 전달 진술’얘기가 나오자,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했고 유 전 본부장이 거기에 응해 석방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과 위례신도시 사건이 병합되지 않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것이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사건이 병합될 경우 별건 구속이 된다’며 병합 명분이 없음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오히려 이재명 대표나 그 측근이 보낸 ‘가짜 변호사’에게 감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진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의 음모론이나 논점 이탈로 김 부원장 구속 이후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게 됐다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대장동 수사가 어느 정도 물살을 탄 데 반해,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에서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살아있는 권력이 감싸고 있는 의혹을 명명백백 규명하려면 특검을 도입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김건희 특검’에서 ‘대장동 특검’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대장동 수사’ 프레임의 급부상에는 몇 주째 20%대에서 맴도는 지지율 만회와 ‘김건희 특검 도입’ 여론 희석을 노린 정권 측의 물밑 포석이 작동했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의 대응은 이제 자신들을 향한 의혹을 덮는데 급급하게 비친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의 동의가 확인되었고, 민주당 역시도 줄곧 촉구해왔던 ‘김건희 특검 도입’ 을 되레 민주당이 난관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부정평가를 받고 있다. 부정평가층 절대 다수는 ‘매우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 처지에 뜬금없는 ‘종북 주사파와 협치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꺼냈다. 학급 반장이 대다수 급우들에게 지탄 받으면서 ‘난 불량학생과는 잘 지낼 생각이 없다’며 너스레를 떠는 격이다. 하지만 지금의 제1야당 수준으로 이런 무도한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고 심판할 수 있을까.
민주당 지지층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윤 정부에 아무리 부정적이라 해도 퇴진이나 탄핵에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지지자로 몰아버리는 강성 ‘지지층’도 상당수다. 하지만 이제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게 ‘이재명 수호’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그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대중은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견제 및 심판과 이재명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 모두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심판하려면 총선까지 기다려야 한다. 설령 탄핵을 바라더라도 그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그에 비하면, 야당 대표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건 훨씬 쉽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책상 등등을 압수수색한다고 한다면 또 (김 부원장이) 몇 번 온 적도 없다고 한다면 그걸 다 보여주면 될 것 아닌가. 그랬으면 깨끗이 금방 끝날 일이다”고 당의 대응을 질책했다. 이 의원은 "두 당(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많다"고도 했다. 같은 당 김해영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현 수준의 제1야당으로 윤석열 정부를 견제 내지 심판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