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무루'…역사적 사건에 대한 응답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족간 갈등을 다룬 실화 바탕 영화 잘못된 역사적 사건 관심 환기로 진실 접근 계기 만든 영화
지난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무루>를 관람했다. 2007년 10월 15일, 뉴질랜드 북섬(동부 해안)에 사는 마오리 부족을 테러 집단으로 오인해 발생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면서,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게 했다. 자막에서 그날의 “재현”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응답”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 영화가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다. 누구를 벌하거나,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이 작전에서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한 개인(경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테아레파 카히 감독은 (생사가 걸린 정도로)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뉴질랜드 정부의 마오리족 테러집단 오인
마오리(부족)는 뉴질랜드 원주민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1916년 마오리(투호이, Tūhoe) 부족의 지도자인 루아 케나나(Rua Kēnana)를 체포하였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반체제 리더(불순분자)로 보았다. 그 과정에서 총격전이 있었고, 루아 케나나의 아들과 친구가 사망했다. 그는 징역 18개월과 강제노동 12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로 투호이 부족과 뉴질랜드 정부 관계는 좋지 못했다.
2007년 10월 15일 새벽, 뉴질랜드 정부는 테러 진압이라는 명분하에 이들 마을을 급습했다. 도로를 차단하고 테러 관련자를 수색했다. 정부는 12개월 동안의 감시를 통해, 타미 이티(Tame Iti)가 이끄는 그룹을, 정치인을 해치고 국회 폭파를 원하는 테러집단으로 간주하였다. 판단의 근거는 그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군대식 훈련을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특수부대는 주민들의 집과 재산을 위협적으로 무모하게 수색했다. 심지어 등교하던 아이들은 학교 버스에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그 결과 18명이 체포되었으나, 그중에 4명만 5년 후에 법원에서 재판받았다. 그 누구도 테러 혐의가 없었고, 단지 총기 소지나 군대식 훈련과 조직 결성으로 판결을 받았다. 타미 이티는 2년 6개월 징역을 선고받았다. 2014년에 경찰청장은 마오리 부족에게 그들이 행했던 진압방식에 대해서 사과했다. 하지만 진압 작전 자체에 대해선 필요했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투호이 부족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테러진압 경찰이냐, 부족이냐 기로엔 선 주인공(태피)의 선택
주인공 태피(클리프 커티스)는 투호이족 일원이자 뉴질랜드 경찰이다. 마을을 떠났다가 아픈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마을로 되돌아왔다. 그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경찰 업무도 하고 마을의 소소한 일에도 도움을 준다. 마을에 테러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 그는 사실이 아니다고 테러진압대를 설득 한다. 하지만 그들은 수집한 증거를 보여주며, 그들과 마을 주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한다. 태피는 처음에 망설였다. 하지만 마을의 문제아(러스티)가 그들의 타겟이 된 것을 알고 그를 구하려고 노력한다.
카히 감독은 태피를 내세워 우리가 중대한 결정을 하려는 순간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는(옳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따라야 할 규율이 있다. 그런 것들이 서로 상충할 때 결정의 몫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마오리 부족의 후손으로서 카히 감독은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러스티(소년)를 죽이려는 자와 소년을 지키려는 자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난다. 타미 이티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으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없도록 테러 진압부대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 아래 사진이 타미 이티이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체포되었던 그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했다.
테아레파 카히 감독은 소년(러스티)을 중심으로 마오리 부족과 뉴질랜드 정부 간의 갈등을 노출시키고, 또 강화시키고, 해결하기도 한다. 진압 작전을 하는 특수부대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 이들의 입장과 고민은 잘 다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무루>가 그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는 언급 때문에, 그날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게 되었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든 역사적 사실이든 간에 현명한 홍보 방법이었다.
영화 이해력 높여준 감독과 관객의 대화
테아레파 카히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는 매우 유익하고 영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주었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관객의 질문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질문 없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느낌, 궁금한 점, 비판을 얘기했다.
‘무루’는 마오리 언어로 ‘화해’나 ‘용서’라는 뜻이다. 카히 감독은 ‘무루’를 어떤 잘못된 일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수나, 비난보다는 용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많이 등장하는 물의 장면들도 물이 정화의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정화 또는 용서를 의미한다고 했다. 카히 감독의 응답은 용서였다.
또한 그는 영화 개봉 후 경찰 고위급 인사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 보겠다고 한 점에 고무되었다. 즉 경찰(정부)측에서 이 사건을 다시 공론의 장으로 가져왔다는 점을 뜻깊게 생각했다. 바로 그것이 이 영화가 가져온 변화가 아닐까?
이 영화는 세 가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투호이 부족에겐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로, 뉴질랜드 입장에선 수면 아래에 있던 해소되지 않은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려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글로벌 관점에선 2007년 10월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 참고자료
ㆍGraeme Tuckett. (2022. Aug 26). Muru: A poetic, wildly clever, mischievous 'response' to more than just a raid. Stuff.
ㆍNew Action-Drama Film Muru, a Response to the Tūhoe Raids, Announced for Nationwide Release on 3 February. (2022, Feb. 3). nzfilm.co.nz.
ㆍRua Kenana. (2022. Oct. 14). New Zealand History.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