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야당이 필요해!…제1야당 '잘하지 못해' 65%

여야 무능 다투면 정치 몰락하고 나라 흔들려

2022-09-22     윤석규 정치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1. 이재명 "민생을 위한 개혁"은 올바른 선택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29일 당대표 취임 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민생을 위한 개혁을 실용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민생’이라는 단어를 12번이나 언급했다. 세 번이나 집권을 했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노리는 야당이라면 응당 취해야할 올바른 선택이다. 그 후에도 비교적 민생관련 발언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타 최고위원들의 발언은 다르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일례로 장경태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살펴보자. 그동안 진행된 10차례의 발언에서 민생과 관련된 발언은 물가인상문제를 언급한 9월 14일 발언과 태풍 피해복구 문제를 언급한 9월 16일 발언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이재명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수사 및 기소 문제 그리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 관련 문제다.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타 최고위원들의 발언도 대동소이하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민생과 정부여당 견제로 역할을 분담했다 한다. 견제는 야당이 감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견제는 민주당 나름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대안적 담론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에 야당의 비판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대안적 가치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민주당은 산업화 세력의 성장지상주의에 대항해 분배와 균형이라는 대안을,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에 대항해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대안을 제시해왔다. 지금 비록 야당이지만 집권경험을 가지고 있고, 변화된 시대에 부합하는 대안을 제시해 새로운 담론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지도부의 견제는 대안 담론은 고사하고, 국정운영이나 정책과도 거리가 먼, 주로 대통령 배우자 비판과 자당 대표 비호에 매달리고 있다. 이건 집권을 바라는 야당이 할 수준의 견제가 아니다. 그냥 몽니일 뿐이다. 

최고위원들의 발언에 물가, 공공요금 인상, 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 군 장병 예산삭감, 부자감세 등 일부 정책 및 민생관련 발언이 포함되기는 했다. 그러나 대안이 뚜렷하지 않거나 사실이 틀린 경우와 무리한 정치적 공세가 대부분이다. 민영화는 정부여당이 공개적으로 추진의사를 밝힌 바 없는 민주당의 자가발전일 뿐이다. 진정으로 민영화를 경계한다면 정부에 자료를 요구하고, 상임위에서 민영화 관련 질의를 하고 토론하면 될 일이다. 군 장병 예산삭감은 잘못된 추계에 의한 오해에서 나온 헛발질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2. 김건희 비판과 당대표 비호에 매달리는 건 '몽니'…새 담론 전선 필요

일반 의원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일부 정책통과 이상민, 조응천 의원 등의 비주류를 제외하면 지도부의 공세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심지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등, 탄핵소추에 가까운 언급을 하기도 했다. 역풍을 우려한 지도부가 자제를 당부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견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그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김남국 의원의 ‘이모 교수’ 코미디를 시작으로 대정부 질의, 법사위, 예결위에서 여러 공세를 취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비판에 성공한 적이 없다. 불충분한 준비와 태도로 매번 역공만 당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무능의 극치였다. 

연일 쏟아지는 대변인의 논평은 최고위원들의 발언과 소재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당 대표 사법처리 비호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조금 더 자극적일 뿐이다. 대변인의 논평은 민주당 전체의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소음 수준이다. 

민주당 주변 인플루언서들의 발언은 더 심하다. 김건희씨 문제가 가장 많고, 아오리 사과, 민방위복, 영 여왕 조문 등 사실을 왜곡한 비판과 비아냥 또는 국정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윤석열 정부가 오죽 비판할 게 없으면 저런 문제에, 그것도 가짜뉴스까지 만들어 매달리나 오해를 살 정도다. 그들이 민주당의 공적 지위에 있지 않고, 그들의 입장이 민주당의 공식입장도 아니지만 그들이 민주당에 큰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지침까지 내리는 것을 확인한 외부인의 눈에는 그들과 민주당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민주당 지지율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9월 3주차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포인트 떨어지고, 국민의힘에 7%포인트 뒤진 31%이다. 2주 연속 하락이다. 22일 발표된 국민지표조사(NBS)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2주전 정기조사 대비 2%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에 5%포인트 뒤진 29%다. 민주당의 지지율 저하가 심각한 것은 정부의 국정운영과 국민의힘 상황이 혼돈 그 자체인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는 데 있다. 본격화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제1야당의 역할을 잘하는지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잘한다’는 27%에 그쳤고, ‘잘하지 못한다’는 65%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한다’가 24%에 불과했고, ‘잘하지 못한다’가 70%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3. 무능 야당은 정부 실패 재촉…여야 무능 아닌 유능 경쟁해야

유능한 야당은 유능한 정부와 여당의 필요조건이다. 야당이 무능하면 정부여당은 긴장감을 잃기 쉽다. 종종 폭주하거나 옆길로 샌다. 문재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은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합하지 못했고,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도 못했다. 문재인 대표시절 민주당의 지지율은 25%를 오르내렸다. 만만하게 보였고,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일조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자만했다. 결국 총선에서 패배했고, 국정농단사태로 무너졌다. 

황교안 대표가 이끈 자유한국당에게 문재인 정부 견제란 언감생심이었다. 아스팔트 보수에 휘둘리면서 탄핵의 강조차 건너지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에 총선 대승을 헌납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역대급 총선승리가 야당의 자멸이  아니라 마치 자신들의 성과와 실력 덕분인 것처럼 착각했다. 오만에 빠졌고 내로남불로 패배했다. 

본의는 아니지만 야당으로서는 허허실실로 정권을 잡았으니 성공한 전략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야가 서로 무능을 다투는 동안 정치는 몰락하고, 나라가 흔들렸으며, 국민은 힘들었다. 여야가 무능이 아니라 유능으로 경쟁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개선된다. 

이처럼 무능한 야당이 정부여당의 실패를 재촉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권이 교체되는 악순환을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 참아야 할지 의문이다. 그런 정권교체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무당파의 증가추세는 하나의 징표다. 불을 댕기는 세력이 나온다면 다음 총선에서 폭발할 수도 있겠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