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예람 중사, 2차가해로 극단적 선택"…8명 기소
군 검찰단 부실수사도 확인…"윗선 수사무마는 증거 못찾아" 가해자 분리 지연·허위사실 유포 드러나…전익수 등 8명 기소
공군20전투비행단 고(故)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등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운데)가 13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2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20전투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직속상관 등의 2차가해였던 것으로 특검 수사결과 드러났다.
공군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팀은 13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8명을 기소하고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안미영(56·사법연수원 25기)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특검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과 관련 "성추행을 당한 뒤 급격하게 심리적 외상을 입은 상태에서 직장과 수사기관 등에서 방치됐고, 회유와 명예훼손 등 2차가해가 발생하면서 좌절감과 무력감이 극대화해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선임인 장모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직후 직속상관이었던 노모 상사와 노모 준위에게 보고·신고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중사에게 "다른 사람 처벌도 불가피하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 너도 다칠 수 있다"라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이 중사는 두달 여뒤인 지난해 5월 18일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뒤 숨진채 발견됐다.
특검팀은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해 전익수 법무실장,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대대장 A씨(44)와 중대장 B씨(29), 20비 군검사 C씨(29), 성폭력 가해자인 전직 부사관 장모씨(25), 군사법원 소속 군무원 양모씨(49),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 D씨(45),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E씨(35·구속) 등을 지난달 31일 기소했다고 밝혔다.
20비 소속 직속 상사 3명은 사건 직후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안 특검은 "20비 대대장 A씨는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지침을 어기고 거짓 보고를 했고, 피해자 회유 및 은폐 책임자의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군 형법상 허위 보고 및 직무유기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20비 중대장 B씨는 같은해 5월까지 이 중사가 전입하기로 한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며 허위 사실을 전달한 혐의(명예훼손)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직후부터 "나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 중사가 고소했다"며 부대 내 다른 군인들에게 허위사실을 퍼트린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장 중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9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또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였던 D씨는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공군참모총장 해임 여론이 커지자, "이 중사는 부부 사이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3명의 기자에게 허위사실을 전파(사자 명예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검사인 C씨는 이 중사의 심리 외상과 2차가해 정황, 자살 징후 등을 알고도 개인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다. C씨는 오히려 이 중사 관련 내용을 동기 법무관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특검팀은 부실 초동 수사 의혹의 핵심으로 꼽혔단 전익수 실장에 대해서는 수사 정보 유출과 관련한 일부 수사 개입만 밝혀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면담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 실장이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49)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부하 군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계급과 지위를 이용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안 특검은 전 실장이 초동수사부터 불구속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라 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은폐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혔던 녹취록이 개인적 원한이 있었던 김모 변호사(구속)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120일간의 수사를 벌인 끝에 이 중사 사망사건 피의자 25명 가운데 15명(구속 3명·불구속 12명, 사망 1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초동수사 부실 의혹이 제기된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공군 검찰의 지휘책임을 맡은 공군본부 법무실 인사들도 기소를 면했다.
안 특검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된 원인을 밝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수사 초기부터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에 심리 부검을 의뢰하고 이 중사가 남긴 글과 행동을 분석하고, 유족과 지인 등을 조사하는 등 이 중사의 사인을 밝히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