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기회에 의기투합한 남북군인- 육사오
두 번 봐도 재밌을 분단 소재 코미디 영화
<육사오>는 두 번 봐도 재미있는, 분단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북한으로 넘어간 1등 로또복권을 되돌려 받기 위한 서사에 현실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코미디 장르의 본질에 충실했다. 복권 당첨을 통한 인생 역전의 열망, MZ세대들이 쓰는 신조어 사용, 초성을 이용한 의사소통과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쉴 틈 없는 웃음을 제공한다. 영화의 메시지를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다.
현실을 투영한 코미디 장르 영화
<육사오>는 앞선 대작 영화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헌트>와 달리 현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비상선언>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바이러스 테러와 이에 대처하는 냉혹한 국가 이기주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육사오>는 더 많은 부분에서 현 사회 속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1등 로또복권이 우연히 최전방 감시초소(GP)에 근무하는 박천우(고경표) 병장 손에 들어온다. 그러나 실수로 복권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이용호 하사(이이경)에게 넘어간다. 공동급수 구역에서 1등 당첨금 분할을 위해 남측 군인 3명과 북측 군인 3명이 협상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로 우리 문화(요소)를 유머의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로또복권 1등 당첨의 기쁨, GP에 반려견 등장, 대남/대북 방송에서 주고받는 삼행시, 북한 병사의 MZ세대의 신조어학습과 걸 그룹의 인기, 변태 군바리로 오해 등. 웃기 위해선 그 상황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코미디 장르는 해외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과장이 심하고, 거짓말 같은 기적도 일어난다. 박천우 병장이 로또 복권을 찾기 위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지만, 단 한 번도 지뢰를 밟지 않는다. 또한, 북한에서 박병장이 잠시 머무는 동안 축산업 지식을 토대로 하룻밤 사이에 600개 이상의 계란과 오리알을 획득한다. 현실적으론 말도 안되는 상황묘사지만, 관객은 영화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이해하면서 즐거워한다. 보위부 관리가 지뢰를 밟고 죽는 장면에 터지는 불꽃놀이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를 연상시켰다.
개성 강한 캐릭터와 적절한 복선
남측은 박천우 병장을 비롯해, 강 대위(음문석)와 만철(곽동연), 북측은 이용호 하사와 정치지도자 승일(이순원)과 남한 해커 철진(김민호)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우리에게 그렇게 잘 알려진 배우는 없지만 낯설지 않은 배우들의 열정적이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박천우 병장과 이용호 하사가 서로 남북으로 위치를 바꾸면서 이 둘의 캐릭터가 빛을 발한다. 한국과 북한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두 병사의 생활도 흥미롭다. 각자가 재능을 살려 양쪽에서 인정받지만, 이로 인해 모두 위태로워진다. 북한 이용호 하사는 위기를 무사히 넘기지만, 박천우 병장은 들통난다. 특히, 이하사가 위기의 순간에 독일어 영화 대사를 외워 말하고 그것을 멋지게 자의적으로 번역하는 강대위의 순발력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번역 내용에 감동한 동료 군인의 모습이 교차 되면서 더 많이 웃긴다. <헤어질 결심>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외국어를 영화에 잘 녹여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은 스토리를 무리 없이 이끌어 가고 있다. 예를 들면 GP에 물을 끌어오는 보급관, 멧돼지 엄마와 새끼, 남북 전화 연락선 등이다. 그런데 한국의 급수관 담당은 양측에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도 보험금을 전혀 가져가지 않다니 의아하다.
코미디 장르가 국경을 넘기 힘든 이유
코미디 장르는 각 나라의 문화나 유머 코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그 나라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문화자산이 없다면, 특히 언어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외국인 친구들과 영화를 보면서, 내가 웃을 때, 그들은 웃지 않고, 그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문화 할인(cultural discount) 때문이다. 문화 할인이란 문화상품이 국경을 넘어갈 때 발생하는 문화상품의 가치나 호소력의 감소를 뜻한다(호스킨스와 미루스/ Hoskins and Mirus, 1988). 코미디 장르는 문화 할인이 큰 영화 장르이다.
<육사오>는 코미디 장르 영화이기에 앞서 분단 영화다. 전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이런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많은 한국적인 내용들은 번역이 쉽지 않다(한글 초성, 한자, 신세대 용어로서 신조어 등). 영화 기저에 깔린 많은 상황에 대한 암묵적인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외국인은 공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끝으로 <육사오>에 “충무로 차세대 주자”를 전폭 기용한 박규태 감독의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