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실시할 명분과 동력 얻으려면…

이재명, 검찰에 제 발로 당당히 나가야 민주당, 자기 문제 덮으면 '김건희 특검' 주장 명분 퇴색

2022-09-05     김수민 정치평론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재판에서 제시된 김건희씨와 증권사 담당 직원의 통화 녹취록 내용을 9월 2일 <뉴스타파>가 공개했다. 주가조작 선수가 자의적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김건희씨가 직접 주식을 매수하는 등 관여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주가조작 선수가 일임을 받았더라도 증권사 직원은 계좌 명의인과 직접 통화해 녹취를 남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씨와 절연했다고 한 그 시점 뒤에도 증권 계좌 매매 권한을 준 문제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정식 신임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가 조작이나 허위 이력 사용 문제에 관해 김건희씨가 한 번도 소환 조사받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가 조작에 가담했는지 ‘단순 전주’에 불과했는지, 허위이력을 2015년 이후 재임용 과정에서 사용해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닌지, 소환 조사는 이를 확인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대선 막판 김건희씨가 소환에 불응해 수사관계자들이 체포까지 검토했다. 대통령 취임식에는 김씨와 그 모친의 의혹을 수사한 경찰관이 초청받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현실에 대항하기 위해 택해야 할 길은 무엇인가. ‘쟤도 소환 안 했으니 나한테도 하지 말라’인가, ‘나는 당당히 임할 테니 너희도 하라’인가. ‘김건희 특검’을 실시할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려면 답은 더더욱 명확하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소환 소식에 그 보좌관 김현지씨가 별안간 내뱉은 텔레그램 메시지는 “전쟁입니다”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의 '뒷 담화' 용어인 '내부총질’에 빗대면 이재명 의원실은 ‘외부총질’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불공정 특혜 시비가 일었다. 그도 대선에서 수사기관에 출석한 바 없고, 재보궐선거, 민주당 당 대표 경선내내 소환은 유예되었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줄거리와 성격이 가장 간단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조차 오리무중이다. 수사받아야 할 사람들이 수사는 받았는지 의문이다. 결제자 배모씨는 총무과 소속이지만 무슨 직무를 맡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직속상관인 총무과장, 자치행정국장, 행정부지사는 조사를 받았을까. 업무추진비 카드를 빌려준 부서장(이들은 이재명 대표와 가까웠던 어공과 추후에 영전이 된 늘공으로 분류된다)들은? 그중 몇이 조사받았는지를 따져보면 부실 수사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중 고의성이나 대가성을 비교적 더 촘촘히 규명해야 할 사안들도 있지만, 당장에 솟아 있는 고비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백현동 개발에 대한 발언이 있다. 이재명 대표측은 경선도중 식사회동 한 끼만 골라 ‘7만 8,000원짜리 사건’이라는 프레임을 씌웠지만, 정체불명 공무원 배씨가 받아온 급여가 5억원이다. 배씨가 경기도청 총무과에서 맡았다는업무로는 대외협력과 외국인 의전, 두 가지가 거론됐지만(이조차 공식 해명인지 불분명하다), 대외협력은 기획예산 담당 부서, 외국인 의전은 투자통상 담당 부서 소관이다. 인사권자였던 이 대표는 이 대목에서 침묵한다. 

백현동 부지의 특혜성 용도변경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주장은 외관상 허위 소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중앙정부가 협박을 했고,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사실관계를 따지기 앞서 이상한 점이 있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는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단식 농성을 했다. 트위터로 새누리당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그의 특기였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에서 환경청을 무시한 채 송전선로를 지하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백현동 문제만큼은 중앙정부에게 고분고분했다는 말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검찰 소환 통보를 두고 “먼지 털이를 하듯이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다"고 비난했다. 선거 도중 한 발언이 허위사실이라 해도 착오, 혼동, 부주의한 표현 정도였거나, 사후에 정정 조치를 취했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허나 이 대표의 발언은 그 수준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성남시가 주고받은 공문을 보면, 백현동 용도변경은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른 것이 아니며, 정부는 성남시가 판단할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수호’로도 모자라, 최고위원회 출범 첫 주에 ‘조국수호’를 도로 끄집어냈다. 조국 가족의 일탈 행위를 비호했던 일에 대한 사죄 없이, 정경심씨의 형집행정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한때 “조국 전 장관도 유죄가 나오면 책임져야 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 또다시 조국수호의 추억을 불러내는 길을 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야당으로 어떻게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는가. 이재명 대표는 야당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소임을 다하려면, 드라마 <보좌관>에서 이정재처럼 제 발로 검찰에 나가야 한다. ‘이정재명’이 될 것인가, ‘이재명박’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