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기성자’와 킹메이커 ‘김종인’ 

김종인, 보수진영 후보마다 다른 평가의 속셈은?

2021-07-12     이상휘 칼럼니스트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인생은 일장춘몽이요,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1950년대 가수 황정자씨가 불렀던 노래다
엄청난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전쟁이 끝난 직후다
무슨 정신으로 ‘노세 노세 젊어서 놀자’라고 하느냐는 
비판도 많았다

사회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했다
성실한 사회 분위기를 해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도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또,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도 해석하기도 했다

대권후보들이 격랑속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내공(?)들이 있는지 아직은 점칠 수 없다

중도낙마를 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고,
초반의 부진을 딛고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초반의 승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패색이 짙어지는 경우도 있다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말 토씨하나, 행동거지 하나가 지지도에 영향을 준다

기회가 어떻게 날아갈지,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작금의 상황은 그들에게만 부여된 무대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유도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관객들은 냉정하다

고 황정자씨의 노래처럼,
지금 아니면 놀 수(?)없다

온 힘을 다해서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최고 싸움닭 조련사 ‘기성자’   

이왕 내친김에 장자의 이야기도 꺼내야겠다

싸움닭 이야기다

기성자라는 사람은 싸움닭을 키우는 전문가였다
황제가 그를 불러 싸움닭을 만들라고 한다

열흘이 지나 황제가 물었다

“이제 닭은 싸울 수 있겠느냐”
“아직입니다. 닭이 허세를 부리며 기운만 믿고 오만합니다”

기성자의 답이었다
또 열흘이 지나 황제는 같은 질문을 했다

“아직도 아닙니다. 다른 닭들의 움직임이나 울음소리에도 민감합니다”

이후에도 채근하는 황제에게 기성자는 말했다

“아직도 안됩니다. 다른 닭만 보면 노려보고 화를 내며 달려듭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다시 지났다
기성자는 비로소 황제에게 말했다

“다 되었습니다. 상대가 울음소리를 내어도,
움직임을 보여도 초연합니다
멀리서 보면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지 못하고 도망을 갑니다“

전쟁에서 가장 값진 승리는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다투지 않고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지혜가 그것이다

정치도 그렇다
어떠한 압박과 굴욕에도 버텨낼 수 있는 근성이 필요하다

소위 “내공”이라고 한다
기성자는 그런 싸움닭을 만들었다
오만과 무모함과 흔들림을 없앴다

진정한 강자를 만든 것이다

그런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원회룡 제주지사 지지 현역 국회의원 모임 '희망오름'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범보수 진영의 ‘킹메이커’ 주목

보수진영은 대권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그 만큼 판세가 해볼 만하다는 방증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일 년여 동안 국민의 힘을 이끈 주역이다

평가는 다를 수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재임동안 업적은 분명하다

서울, 부산 보궐선거를 이겼다
당 지지도 상승 국면이다

김 전 위원장의 독보적 행보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이 먹혀들 듯이
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돌아선 탓도 있다

그래도 공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역대 대선에서도 그랬다
어느 진영이든지 ‘킹 메이커’가 존재했다

고 김윤환 전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 등등을 거론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민주당이 아니다
야당에서 이 같은 역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선장이 있는 배와
없는 배‘의 차이다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민주당에서는 그 같은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국민의 힘은 달라 보인다
유불리는 대선 결과가 증명할 것이다

핵심은 ‘국민의 힘에서 ‘킹메이커’ 역할은 누구냐‘이다

좀 더 넓게 보자면,
‘범 보수 진영의 킹메이커’다

현재로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돋보인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렇다는 말이다

각 대권 후보들에 대한 직설적인 평가,
현안마다 보여지는 카리스마적 정치행보,
이에대한 독특한 레토릭이다

여기에 언론의 관심이 더해진다

더구나,

보수진영에 이만한 ‘빅스피커’는 없다
정권창출에 대한 보수 진영의 간절함(?)도 촉매제다

비판적 입장에 있는 계파들도 어쩔 수 없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김 전 위원장이 포커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김 전 위원장은 화려한 정치이력의 소유자다
진영을 초월해 왔다

정치권은 어려울 때마다 추파를 보냈다
그리고 성공시켰다
솔직히 그랬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가치와 철학으로 평가되는게 아니다 싶다
공학적 계산과 기술에 의해 좌우 된다 

그 점은 씁쓸하다

김종인, 안철수 ‘독설’ 원희룡 ‘극찬’ 윤석열 ‘원론적 대응’...
                  
김 전 위원장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다

그런지 몰라도 대단히 지략적으로 보인다

먼저,

그는 후보들에게 냉정한 입장을 고수한다
혹평과 호평을 가감없이 하고 있다

이는 뉴스에서 다룰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중도적인 평가보다 극단적 평가를 선호한다

그 만큼 본인의 코멘트가 돋보이게 되는 이점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에게는 독설에 가까운 폄훼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는 원론적인 대응을 한다
유력한 후보임에도 그렇다

원희룡 제주 지사에게는 준비된 대권후보라며 추켜 세운다

가만히 보면 재미있다

지지도가 높고,
대권 반열에 있는 거물들에게는 시니컬하다

반면,
지지도가 고만고만한 후보들에게는 냉정한 평가가 없다

바꿔 말하면,
‘잘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을 
구분해서 평가한다

본인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전략이 된다
즉, 상대적 비교를 통해 관심을 증폭시킬 수있다

김종인, 윤· 최· 안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제3지대에서 중도층 지지 확보”           

다른 측면도 있다

적자생존의 법칙을 유감없이 적용한다는 면이다
그런 의도가 담겨있는지는 모르겠다

당내 후보군은 대중성이 약하다
당 밖의 후보군은 그렇지 않다

당장 당으로 입당하라고 부추키는 것은 하책이다

윤석열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안철수 대표 등이 해당된다

끊임없는 투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제3지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권교체가 절대명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전략이다

주식투자와 같은 것이다
‘계란판에 계란을 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분산투자가 안전하다

중도층을 끝까지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는 유력후보들이 제3지대에 머무르는 게 낫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분구필합, 합구필분이라는 말이다

현재로서는 흩어져 있는게 유리하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유권자의 판단이 무르익게 될 즈음,

분구필합을 하면 되는 것이다
오래 흩어져 있으면 반드시 뭉치게 되는게 섭리다

김종인, 지지율 저조 후보군에겐 ‘냉정 평가’ 없어  

다음은
당내 후보군들에 대한 태도다

지적했듯이,
지지율이 저조하다
능력보다는 대중성과 스타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인물이 원희룡 지사,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정도다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코멘트는 잘 보이지 않는다
홍준표 의원은 복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의 경우,
지지모임에 참석했다
준비해온 후보라며 호평했다

개인적 선호일 수 있다

공통점은 냉정한 평가는 보이지 않는다
혹평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의 입장으로서는 당내에 적대적 관계를 
형성할 이유가 없다

특히, 지난 1년여 동안 당을 책임졌다

다시 말해,
지난 총선에서 일정 영향력을 행사했다
초선 중심으로 김 전 위원장의 사람들이 있다

굳이 유력하지도 않는 후보군들과
대립할 필요성도 없다

당내 분란만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격려하고 추켜세워 주는 게 유리하다

상황으로 볼 때,
후보들의 입장도 김 전 위원장과 대립할 이유도 없다

일정 당내 계파도 존재하고,
언론의 주목도 받는 위력(?)이 있다

향후,
어느 후보가 치고 올라갈지는 알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김 전 위원장과는 묵시적 연대나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나설 후보도 있을 수 있다
대중성과 인지도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짐작할 뿐이지만,
김 전 위원장은 각 후보들과의 교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본인의 역량(?)에 각 후보들이 의지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후보 나름의 전략들을 갖고 있겠지만,
결국에는 조직을 업어야 하는 게 대선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과 제3지대 ‘연결고리’

제3지대의 폭발력이 보수 야당의 결속력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더구나 국민의 힘은 상승기류다

지지도가 높아도, 지지도가 낮아도
의존해야 된다는 의미다

그 연결고리가 김종인 전 위원장이다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도 관심이다
김 전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주도권을 두고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문제는 마포포럼이 ‘누구를 대선후보로 염두에 두느냐’일 것이다

그 대상이 유력할 만큼 지지도가 있다면 
다행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킹메이커’로서의 역할 명분도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와의 관계다

보수진영 통합의 마지막 퍼즐이다
개인의 입출당 문제가 아니다

당과 당이 합쳐지는 일이다

의석 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상징성이 그 만큼 크다는 말이다

이준석 대표의 의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입장이 더 주목된다

안 대표에 대해서는 대놓고 안티다
평가절하다

그 부분만 놓고 보면 합당 가능성이 녹록지 않다
안 대표의 대응도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지막 단추는 김 전 위원장이 채울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극단적 모습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의 입장이 강력한 변수가 되는 이유다

합당에 찬성한다면, 
드라마적 효과가 크다
본인의 정치적 위상도 커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안 대표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합당을 하지 않으면, 대권 가능성도 더 멀어진다
독자생존도 변수가 따른다

그 동안의 통큰 이미지의 변신도 약효가 떨어진다
이래저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에 ‘기성자’ 역할 기대하는 보수진영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호불호는 크다

그러나,
정권창출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면 주목할 만하다

돌 하나로 두 마리 꿩을 잡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원로로서
정치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

보수진영 정권 창출의
염원을 실현시킨 ‘킹메이커’가 되는 것,

만약 그게 실패한다면 책임론은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자’
가수 황정자의 노래는 기회가 왔음을 의미한다

대선후보들은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제 각각의 행보와 전략을 펼치며 경쟁할 것이다

그런 대선 후보들을 어떻게 조율하며,
컨트롤 할 것인가,

사실상 보수진영의 숙제다

어떤 압박과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후보가 필요하다

그런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자의 “기성자‘는 누구인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인가?

아니면,
권력에 취한 노회한 정치인에 불과한가....

이상휘는 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 대표, 위덕대 부총장을 맡았다. 현재 세명대 교양교수이기도 한 그는 합리적 보수 시각에서 시사평론가 방송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충북 진천에서 직접 지은 ‘이월서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