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 통제' 반발 사표…"경찰제도 근간 변화 안돼"

행안부 장관 '경찰 통제' 기자회견 직후 입장 표명 "경찰 중립성 민주성 해칠 우려…항의성 사표 시사 다음달 23일까지 임기, 채 한 달도 안 남은 상태

2022-06-27     이대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경찰 통제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경찰청장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어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하지만 자문위) 권고안은 이런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이날 오전 11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 통제 방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한 직후 이뤄졌다. 

이 장관이 수용 입장을 밝힌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이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항의' 차원의 사표인 점을 시사한 것이다.  

김 청장은 또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폭넓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면서 "여기서 경찰청장을 그만 두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경찰의 요구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내비친 대목이다.

김 청장은 준비한 입장문만 읽고 다른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김 청장은 이날 오후 경찰청사를 떠났다. 

김 청장은 경찰청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주말 이 장관과 통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폭넓은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쳐서 (경찰 통제 방안을 실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장관은 장관의 의견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장관은 이 보다 앞선 기자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 사이 김 청장과 100분 가량 통화했으며, 자문위 권고안에 대해 청장도 상당부분 수긍했다"고 말했다.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 장관에 경찰 고위직 인사·감찰권 등을 부여하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지난 주말 이 장관과 김 청장이 의견을 교환하는 전화 통화를 했으나, 상호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7월 취임한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로, 한 달도 채 안 남은 상태다.

김 청장은 그동안 일선 경찰관들로부터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까지 빚어진 이틀 뒤엔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국기 문란’ ‘어처구니 없는 과오’ 등으로 경찰을 질타하자 용퇴론이 급부상했다. 김 청장의 사퇴는 윤 대통령의 질타가 있은지, 나흘 만이다.

김 청장은 윤 대통령 질책에 대해 책임 통감 입장 대신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입을 닫았다. ‘국기 문란’ 규정에 동의하지 않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청장은 앞서 지난 16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