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간부 '조합원 고용 아니면 돈' 요구해 건설업체서 '삥 뜯었다'
노조 간부 "요구 수용 안하면 공사 막겠다" 협박 노조 간부 업체 3곳서 3000만원 가량 삥 뜯어 노조와 공사현장있는 건설업체 음성적 돈거래 공공연한 비밀 [반론] 타워분과 노조 "사측이 먼저 돈 줄테니 현장 빠지라 제안"
건설공사현장에서 노동조합이 건설업체를 상대로 돈을 뜯어낸다는 것은 노동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노조는 주로 현장에 노조 소속 조합원 투입을 요구하고, 투입하지 않으려면 돈을 내라고 요구한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협박도 곁들인다.
이러한 돈 거래는 법적으로 명백한 공갈죄에 해당하지만, 건설업체들은 노조의 집회와 민원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때마다 현장 규모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다. 되려 노조에 돈을 건네는 게 차라리 '싸게 먹힌다'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흘러나온 돈은 노조의 '발전기금' 명목으로 입금되는 게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노조 간부의 주머니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같은 사례는 공공연하지만 노조 운영과 관련된 문제이고, 피해 건설업체들도 공사현장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쉬쉬'하는 바람에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뉴스버스는 일부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 취업 요구를 빌미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사실을 취재 과정에서 포착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산하 타워크레인분과(이하 타워분과) 간부들의 금품 갈취 행위다.
뉴스버스가 24일 확보한 금융거래 내역에 따르면, 타워분과 소형크레인지회(이하 소형지회) 간부들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건설업체로부터 개인계좌로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 간부들에게 돈을 송금한 건설업체들은 노조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돈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건설업체에 자신들에게 소속된 조합원을 고용하거나, 대신 합의금을 내라고 요구하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집회를 열어 공사를 하지 못하게 막겠다면서 금전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A사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타워분과 소형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모씨의 개인 계좌로 매월 4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입금했다. A사는 지난해 1, 2월에도 타워분과 산업안전국장 조모씨의 개인계좌에 월 400만원씩 800만원을 보냈다.
B사는 지난 4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김모씨의 개인계좌에 174만여원과 116만여원 등 290만원을 입금했다. B사에서 돈을 입금받은 김씨는 타워분과 소형지회장 이씨의 부인이었다.
또 C사는 2019년 8월 두차례 414만여원씩 총 828만원을 타워분과 초대 소형지회장이었던 심모씨의 개인계좌로 송금했다.
세 업체가 노조 간부들에게 보낸 돈은 확인된 것만 A사가 2,000만원, B사가 290만원, C사가 820여만원 등 3000여만원에 달한다.
타워분과 간부들에게 돈을 보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에 오는 노조의 요구는 '우리 노조원을 (현장에)투입해라, 그렇지 않으면 교섭을 해서 돈을 얼마씩 주고 합의를 보자'고 한다"며 "안 할 수가 없으니까 저희는 입금을 했다"고 말했다. 역시 돈을 입금한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도 "돈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어 공사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돈을 안 줄 수가 없다"고 했다.
타워분과 수도권지부장을 맡고 있던 이모 지부장은 지회장들의 금품 갈취 사건 사실이 드러나자 조합원들에게 사과 문자를 전송한뒤 산하 간부들의 비위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퇴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지부장은 사과문에서 "우리 노조의 근로 제공 없이 골조 업체 자체적으로 장비를 운영하도록 합의하고 그 대가를 인건비 명목으로 (돈을)수수했다"며 "조합원들께 정말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과 함께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노조가 건설업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게 사실이라면 공갈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과거 다른 노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져 공갈죄로 처벌 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론>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타워분과는 27일 보도에 언급된 지회장들을 지난 6일 제명했다고 밝혀왔다.
타워분과가 전직 간부들의 징계를 위해 지난 5~6월 진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직 간부 2명은 현장건설업체들과 4개월 근로계약을 맺은 후 1개월만 근무하고 3개월은 일하지 않고 임금만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타워분과는 이 같은 형태의 근로계약을 먼저 제안한 것은 전직 간부들이 아닌 사측이라고 말했다.
타워분과는 "국내 3곳의 타워노조(민주노총 타워, 한국노총 연합노련 타워,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타워)가 경쟁하고 있고, 한 노조의 조합원 채용이 완료되면 다른 노조의 채용 요구에 시달리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사측이 조합원 채용을 서두른 것"이라며 "또한 노조 조합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인건비의 내부 직원들이 시간제한 없이 직접 장비를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사측이 타워분과 전직 간부들에게 이러한 제안을 먼저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타워분과는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었고 계약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도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임금을 수령한 것은 취업규정 및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징계절차를 진행해 전직 간부들을 제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