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끝없이 치솟자 학생들 "학위는 나중, 돈부터 벌자"
팬데믹 영향 최악 인력난…인건비 올라 물가상승 압력 재료·인건비 부담으로 한인 업주들도 ‘한숨’만 해외 관광객 유치 위해 한국인 등 입국 빗장 간소화
2년동안의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서 하반기를 앞두고 경제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
주식 폭락과 인플레이션에따른 소비심리 붕괴는 물론, 가솔린 등 각종 에너지 가격과 집값이 상승하는 악재가 겹치고 있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구인 광고를 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물가 폭등 상황에서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그 많던 인력이 코로나 사태 발생 2년 사이에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대면 재택근무 확산으로 촉발된 미국의 인력난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40년내 최악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이민자들이 서비스·요식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LA를 비롯한 전국 각지 한인 커뮤니티 역시 재료·인건비 부담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연방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업의 구인 숫자는 1,155만건으로 전달보다 20만5,000건이 늘었다. 이는 200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퇴직자는 454만명으로 전달보다 15만2,000명이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력난이 악화되며 맘&팝 비즈니스(소규모 사업장)가 더 고통받고 있다.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 한인 업주들은 “최저임금 시급을 높여도 사람 찾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실정이다. 최근 식당 방문객이 늘었지만 고물가로 지출이 늘고 일할 사람이 없어 서비스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난은 한인사회뿐 아닌 미주 전역 현상으로 일상화했다.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운항 편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구조조정 후유증으로 여름방학 성수기를 맞아 운항 취소-지연-공항 운영 마비-각종 서비스 축소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많은 곳에서 무더위가 본격화했지만 인명구조대원이 모자라 전국 30만개 수영장 가운데 3분의1이 폐쇄되거나 단축 운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사람찾기를 포기하고 로봇 사용으로 인력난을 해소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신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올해 1분기 산업용 로봇 주문이 16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며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물가가 한없이 치솟고 생계비 부담이 커지자 ”돈부터 벌고 학위는 나중에 생각해보겠다“며 휴학하는 대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비영리 단체인 국립 학생정보 연구센터(NSCRC)를 인용, “미국내 4년제 대학 봄학기 수강신청을 마친 학부생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만2,000명이나 줄어든 4.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현상은 2년제 단과대인 시립·커뮤니티 칼리지 역시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이후 올해까지 82만7,000명이 줄었다.
미국 노동시장이 구직자 1명당 평균 1.9개의 일자리가 있을 정도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기업마다 파격적 인상을 미끼로 인력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대들이 학업 대신 취업을 우선시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상당히 걱정되는 흐름이다. 고졸 취업자가 고임금 대우를 받는 호경기가 단기에 그치게 되면 학업 성취와 안정적 생활이 모두 망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실업자 양산할 가능성↑
한편 미국 노동부는 지지난주(5월29일∼6월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예상보다 2만여건 많은 22만9,000건으로 최근 5개월 사이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전주보다 2만7,000건 늘어나며 3주일만에 다시 증가세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소 2주일 이상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실업수당 지속 청구’는 131만건으로 변화가 없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실업보험 청구 자체는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엔 고용시장 악화가 가속화 될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 준비제도(Fed·연준)의 급속한 금리인상 조치가 결국 실업자 증가를 야기할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관광업계 ”한인 등 외국인 유치가 살길”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인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을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적극 유치하기 위해 입국절차 간소화에 나설 방침이다. 10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방 상무부는 2년 이상의 여행제한 조치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관광업을 다시 활성화할 ‘국가 여행·관광 전략’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종이 서류를 중심으로 한 번거로운 절차에서 벗어나 디지털 프로세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외국인 입국 금지를 포함한 국경 제한을 해제하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발언이다.
6월 기준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면 코로나 예방 접종은 필수적이며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확인돼야 한다. 이에대해 미국 국내 항공사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음성 검사 결과를 필수조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라며 행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 역시 코로나 음성 테스트가 관광 산업에 대한 큰 장벽이고 미국 기준이 유달리 까다롭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언제쯤 이런 규정이 완화될지 여부는 함구했다. 다만 “관광업계 목소리를 많이 경청했고 그점을 행정부에 전달했다”고 표현했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관광 활성화 전략을 통해 2027년 외국인 관광객 9,000만명, 이들의 연간 지출액을 2,790억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48개국의 많은 나라가 출전하는 2026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제23회 월드컵이 미국내 10개도시에서 개최되고 2028년 7월 제34회 여름 올림픽이 LA에서 열리며 수백만명의 해외팬들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2019년 미국(본토외 하와이·알래스카 포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930만명으로 프랑스(9,000만명)·스페인(8,350만명)에 이은 세계 3위였다. 그러나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920만명으로 4배 이상 격감했고 지난해에는 2,210만명으로 약간 늘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미국의 관광산업은 950만개의 일자리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한 ‘황금알을 낳는 굴뚝없는 사업’으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여러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닥친 위기속의 미국 경제가 다시 반등하는 저력을 발휘할수 있을지, 그 시기와 정책에 지구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