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원맨쇼

닥터 스트레인지에 의한 닥터 스트레인지를 위한 마블

2022-05-15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근래에 개봉한 마블 영화 중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평행우주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만나 볼 수 있다.

최강 악당 스칼렛 위치로 변한 완다(엘리자베스 올슨)의 우주를 넘어선 욕망(모성애) 역시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동력이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를 극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큼의 감동은 없었고, 서사도 탄탄하지는 않았다. 추가된 눈(目)과 함께 이번에도 살아남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출처: MarvelKorea

평행우주의 적극 활용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과 마찬가지로 평행우주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755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의 매력은 아마도 전작의 스파이더맨과 악당의 현시대로의 동시 소환일 것이다. 따라서, 역대 스파이더맨의 등장이기 때문에 피터 파커는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연령대도 다르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유사한 모습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서로 맞닥뜨려놓는다. 비록 머리 스타일이나 성격, 눈(目)의 개수는 차이가 나지만, 본질적으로 외부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처: MarvelKorea

토비아스 휘르터와 막스 라우너는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자신의 복사본을 만날 수 있다. 상상을 더해 충분히 멀리 나아갈수록 확률은 높아진다.”라고 했다(2015, 김희상 옮김, 「평행우주라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는가」, Alma). 지금껏 우리가 우리 복사본을 못 만난 것은 그들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행우주는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는 다중우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어린 소녀다. 그녀는 평행우주에 단 한 명 존재한다. 흑마법서를 획득한 스칼렛 위치(완다)는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아 다른 우주에서 두 아들과 함께 사는 완다를 대신해 살고 싶어 한다. 

출처: MarvelKorea

처음에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차베즈를 보호하지만, 결국 스칼렛 위치를 물리치는 것은 차베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칼렛 위치(완다)가 카마르 타지로 쳐들어왔을 때, 차베즈의 도움을 받아 다른 우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다른 차원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조우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차베즈의 능력을 제거하는 대신, 그녀를 믿고 그녀가 스칼렛 위치를 물리치도록 도와준다. 차베즈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차베즈는 힘으로는 스칼렛 위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장점(다중우주 간 이동 능력)을 이용해 완다를 무너뜨린다. 이후 마블 영화에서는 차베즈가 평행우주 기반의 영화에서 주요 인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에서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대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젠 모든 것을 내가 하려고 하지 말고,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출처: MarvelKorea

닥터 스트레인지의 원맨쇼  

닥터 스트레인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블 슈퍼히어로다.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 속 카마르 타지에서 수퍼영웅(마법사)으로의 탄생 서사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약간은 건방지지만(오만하지만),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는 그의 매력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4명 등장한다. 죽임을 당한 닥터 스트레인지를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3명이다. 어쨌거나 관객은 4개의 다중우주에서 4명의 그를 만난다. 영화는 각각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존재하는 배경을 시각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무기가 강화되고, 다채로운 점도 눈에 띈다. 또한, 닥터 스트레인지가 빙의를 통해 자신의 시체를 움직이는 부분도 새롭다. 결론적으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주요 주인공인 영화다. 그의 매력을 무한대로 발산하는, 그의 팬에게는 무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등장했던 그의 전 애인 레이첼 맥아담스의 평행우주에서의 다른 모습도 영화에 풍성함을 더했다. 평행우주 개념은 동일 캐릭터에 다른 성격을 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에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긴장감과 몰입도의 약화는 영화에의 집중을 방해했다. 특히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가 등장하는 또 다른 우주의 내용은 약간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 우주에서 좋지 못했던 닥터 스트레인지와 그와의 악연은 그곳에서도 재현되고 반복된다. 

출처: MarvelKorea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다른 영화, 예를 들면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2021)나 <모리타니안>(2021)에서의 연기보다 이 영화에서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 어쩌면 마법이라는 세계가 그에게 주는 자유와 해방감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블 영화에서 살아남은 많지 않은 수퍼영웅으로서, 계속해서 볼거리 기쁨을 주는 닥터 스트레인지로 남길 기대해 본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