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재난을 다룬 영화의 두 가지 시각 - '문폴' vs '돈룩업'
<돈 룩 업>(Don’t Look Up) 개봉 후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문폴>(Moon Fall)이 개봉했다. 두 영화 모두 우주에서 오는 위험과 지구와의 충돌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주적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과 결말은 매우 다르다. <문폴>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만, <돈 룩 업>은 그 공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폴>은 가족애를 중심으로 한 멜로드라마를 바탕으로 스펙타클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돈 룩 업>은 정치와 탐욕스런 경제 논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미디어와 대중에 방점을 둔다.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본다면 재난영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재난 설정의 유사성과 차이점
네이버 사전에서는 재난영화를 “재난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한 영화. 화재, 지진, 해일, 화산 폭발, 외계인 침공 따위를 소재로 한다”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두 영화는 우주적 재난영화다. <문폴>은 달이 지구와 충돌하지만, <돈 룩 업>은 너비가 5-10km가 되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지금껏 다양한 재난영화가 있었지만, 달이 지구와 충돌하는 영화는 없었다.
돈 룩 업(Don’t look up)은 영화에서 재난 상황에 대한 직시를 막기 위해 위(하늘)을 보지 말라는 뜻이다. <돈 룩 업> 영화는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재난 상황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문폴>에서는 1969년 아폴로 11호 착륙 당시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고, 벌써 이번 재난이 6번째의 인류 멸종임을 암시한다. 달은 누군가 우리를 위해 제작한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며, 달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달을 공격하는 지능을 가진 대상을 없애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돈 룩 업>은 인류 멸망까지 6개월, <문폴>은 30일을 남기고 있다.
'문폴',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의 익숙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문폴>을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방식으로 제작했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공포스런 재난이 발생하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영웅(?)이 지구를 구한다.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 하퍼(패트릭 윌슨)는 1969년 아폴로 11호에서 일어난 일로 직장과 가족을 잃는다. 하지만, 달이 궤도를 이탈하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모두가 포기한 상황에서도 NASA 연구원 조 파울러(할리 베리)는 포기하지 않고, 브라이언 하퍼와 우주 덕후 K.C. 하우스먼(존 브래들리)이 힘을 합쳐 달을 구하고 지구를 구한다.
그렇지만, 달이 인위적인 거대한 구조물이라는 설정은 아주 신선하다. 달이 가까이 옴에 따라 중력이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해일과 지진은 마치 일본의 쓰나미를 연상시켰다. 갑작스런 많은 눈과 달 파편으로 인한 도시 및 자연 파괴 장면은 규모가 엄청나고 시각 효과를 극대화했지만, 이미 그의 전작 및 다른 재난영화에서 보아온 장면과 겹쳐지며 참신성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의 내부 공간 묘사는 매력적이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투모로우>(2004년)와 <2012>(2009년)의 환경 재난 상황에서 부성애를 강조했다(배상준 교수의 ‘롤랜드 에머리히 재난영화에 나타난 종말의 이미지’ 참조). 그러나, <문폴>에서는 부성애 뿐만아니라 조 파울러를 등장시켜 모성애와 강한 여성상을 그리는 점이 눈에 띈다. 재난영화의 주요 관습인 가족 중심의 멜로드라마가 여전히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이다. 더불어, 소수의 사람이 이 엄청난 재앙을 해결하는 것도 매우 식상한 전개이다. 한국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돈 룩 업',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의 불편함
<돈 룩 업>과 <문폴>의 또 다른 주요 차별점은 영화 장르다. <돈 룩 업>은 코미디 장르이다. <문폴>은 액션/드라마/스릴러/SF/어드벤처 장르로 여러 장르에 걸쳐 있다. <돈 룩 업>은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은 없고 지구는 종말을 맞이한다.
주인공인 천문학 박사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그녀의 지도교수 랜들 미디 박사(레오나로도 디카프리오)는 평소에 주변의 시선을 받지 못하던 사람이다. 케이트와 민디 박사는 6개월 후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모두가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이 사실을 대통령에게 알리지만, 소용이 없자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한다.
이 영화는 이러한 과정 중에 이들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부류, 자신의 이익(정치, 방송, 인기 등)을 위해 이용하려는 그룹, 돈으로 대통령을 움직이는 갑부 피터(마크 라이언스) 등.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트와 민디 박사는 좌절하고 방황하지만, 종국에는 민디 박사의 가족과 함께 지구의 종말을 맞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터와 일부는 살아남는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중이 반응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본 앞에 굴복한 정치와 이러한 정치의 현실을 모르는 대중의 민낯을 보여준다. 하지만, <돈 룩 업>을 볼 때 왠지 불편함을 느낀다. 무거운 내용을 코미디 영화로 보는 데서 오는 부조화일 것이다. 좀 더 진지하게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문폴>의 경우 달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정은 관객에게는 매우 낯설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누가 달을 만들었는가」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영화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설명만으로 이해시키기엔 부족하다. 우주 덕후로 나오는 K.C. 하우스먼이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언급했다면, 영화를 이해하기 쉽고 흥미가 배가됐을 것 같다. 여기서는 하나의 새로운 소재로서, 신기하고 장엄한 이미지 제공을 위한 도구 정도도 쓰인 것 같아 아쉽다.
비슷한 시기에 우주적 재난을 다룬 영화가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