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차전 경기지사 선거…이재명의 대선 재도전 가늠 잣대

여야 거물급 빅매치…여권 김동연 vs 국민의힘 유승민 경기지사 선거, 여야의 피할 수 없는 건곤일척 승부처

2022-03-31     윤석규 칼럼니스트

1. 경기지사 선거, 여권 김동연 vs 국민의힘 유승민

경기도지사 선거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여권에선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새로운물결이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민주당 후보다. 안민석 의원, 조정식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등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민주당 예비후보가 몇 있지만 김 대표가 무난히 최종후보가 될 것이다. 민주당내 아무 기반이 없는 김 대표가 민주당 주류가 된 이재명계와 아무런 묵계 없이 혼자 출마를 결심했다고 보기 어렵다. 현역 의원인 안민석, 조정식 두 후보는 당 지도부가 교통정리를 할 가능성이 크고, 염 시장은 큰 부담이 안 된다.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에도 이미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몇 있지만 거물급 후보에 대한 차출설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경기지사 선거를 그만큼 무겁게 본다는 증거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유 전 의원,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등이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안철수, 원희룡 두 사람은 인수위 내의 역할도 중요하고, 또 불출마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결국 유 전 의원으로 낙착되었다. 나름 유력한 후보였던 김영환 전 과기부장관은 고향인 충북지사 출마로 선회하면서 거의 유 전 의원으로 후보가 확정되는 분위기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왼쪽)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2.  여야의 건곤일척 승부처된 경기지사 선거

대선에 출마했던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였던 유승민 후보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경기지사 선거는 명실상부한 대선 2차전이 되었다. 경기지사 선거가 서울시장 선거를 능가하는 비중을 갖게 된 이유는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 예측이 어렵지 않는 탓도 있지만 경기지사 선거가 갖는 의미가 양당과 두 후보 모두에게 각별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 당의 입장에서 경기지사 선거는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처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경기지사 자리를 지킨다면 지난 대선의 패배가 아쉬운 결과였다는 것을 입증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경기지사를 차지한다면 이재명 전 지사가 책임진 경기도정의 실상을 밝힐 수 있고, 차기 대선 재도전 가능성이 큰 이재명 전 후보 강점인 ‘일은 잘한다’는 이미지를 무너뜨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명 전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전에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사 선거 결과가 사법절차와 더불어 본인의 차기 대선 재도전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두 후보에게 경기지사는 차기 대선 도전의 발판이 된다. 이재명 전 후보가 선례를 보여줬다. 아직 대선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을 두 후보 모두 사실 다른 선택 대안이 없다. 원외에 있는 김동연 후보로서는 공적 활동을 계속 이어갈 다른 기회가 없다. 야당이라 입각도 불가능하고,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다음 총선까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어서는 다시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마찬가지로 원외인 유승민 후보도 사정이 비슷하다. 곧 소속 정당이 여당이 되지만 초대 내각에 정치적 비중에 걸맞는 자리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두 후보 모두 경기지사 출마가 아니라면 사실상의 정계은퇴가 되었을 것이다. 

3. 김동연 보다는 유승민의 리스크가 더 커 

경기지사 선거 결과는 어느 쪽도 포기할 상황이 아니지만 동시에 어느 쪽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에서 약 5%p 앞섰다. 민주당이 기대를 걸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새 대통령 취임 20일 후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사실에 기대를 품을 것이다. 새 정부가 이전 대통령들이 가졌던 집권초의 높은 지지율을 누릴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미지수다. 양당 모두 리스크가 크지만 판을 키웠다.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양 후보의 리스크도 크다. 다만 정치경력이 거의 없는 김동연 후보는 패배해도 다음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해 다시 정치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대선 도전은 어려워질 것이다. 유승민 후보의 리스크가 조금 더 크다. 이미 원내 경험이 많은 유 후보가 패배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심각한 인물난에 시달리지 않는 한 원내 재진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대선 도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4. 눈앞 리스크 피하고 장기적 리스크 선택한 안철수 

또 한 명의 잠재적 대선 후보이고, 국민의힘의 경기지사 후보 차출 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안철수 위원장은 다른 선택을 했다. 총리직과 함께 지방선거 출마를 고사했다. 안철수 위원장의 결정에 대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너무 단순한 시각이다. 윤석열 당선자측의 판단도 드러난 바가 없지만 안철수 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해도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국회에서 총리인준은 난항을 겪을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에 후보단일화를 한 안 위원장을 극도로 미워하며, 총리인준을 거부해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입힐 기회라 판단할 것이다. 대연정 수준의 여야협력이 이루어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상처만 입고 총리취임은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경기도 지사 선거는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덧붙여 안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보상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불확실한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지금은 한 발 물러나 있다가 내년에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숨겨진 의도로 보인다. 물론 당대표 도전도 리스크가 적지 않지만 당대표가 되기만 한다면 총리나 경기지사보다 보상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대표가 되어 다음 총선을 지휘하고, 당내 세력을 구축해 차기 대선도전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계획이다. 

목전의 리스크를 피하고 장기적 리스크를 택한 안 위원장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치인이 당면한 도전을 피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망설이지 말고 눈앞에 있는 것을 붙잡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만약 안 위원장이 총리에 지명되었는데 민주당이 뚜렷한 흠결이 없는데도 인준을 거부한다면 민주당도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의 몽니에 희생된 정치적 순교자라는 이미지를 획득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다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