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공수처장 거취 표명 여론 있다"…사실상 퇴진 압박

인수위 "여론 전달했을 뿐 거취 표명 요구 아냐" 해명

2022-03-30     전혁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여운국 차장(오른쪽), 김중열 기획조정관(가운데), 박희건 운영지원담당관(왼쪽)이 3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실에서 인수위와 간담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공수처와 간담회 뒤 브리핑에서 "(공수처에) '김진욱 공수처장이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게  좋지 않겠는냐'는 국민 여론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인수위는 지난번 김진욱 처장이 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은 공수처의 생명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훼손됐다는 것이 의심되면 공수처의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한 것을 지적하면서 (국민 여론)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을 내세운 인수위 측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인수위의 공수처장 퇴진 압박으로 해석된다.

인수위의 공수처와의 간담회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장에 대한 퇴진 압박은 공수처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공수처법 3조는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또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 인수위는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공수처도 대체로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여운국 차장은) 처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하며 자신도 처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독소 조항'이라며 개선 또는 폐지를 공약한 공수처 수사 우선권 조항인 공수처법 24조에 대해 인수위 측은 "공수처장의 (다른 수사기관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사건이첩 요구권은 공수처장의 자의적 행사가 우려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수처는 24조에 대해 독립적인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공수처는 이 조항이 수사를 중복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지, 우월적 지위를 갖는 조항은 아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공수처법 24조) 개정 문제는 인수위의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라면서도 "24조 때문에 핑퐁수사, 수사 지연 등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고 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인수위와 법무부, 검찰, 경찰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여운국 차장은 지난 1년2개월 동안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미흡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고 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견제장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정치적 편향수사 시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그동안 선별적으로 사건을 입건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3월 14일 공수처 사건 사무규칙을 개정해서 기존의 선별적 입건 방식을 폐지하고 전건 입건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해 이 의원은 "그동안 통신자료를 조회한 데 대해서 인수위는 통신자료의 무차별적 행사를 지적했다"며 "공수처는 앞으로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통신자료 수사정책관을 도입하고 통제 장치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이 의원은 '인수위 차원에서 김진욱 처장의 거취 표명에 대해 얘기한 것이 어떤 배경인지' 묻는 질문에 "지금 공수처의 국민적 신뢰는 거의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며 "거취를 압박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공수처가 기대에 너무 미흡했다는 국민들 사이의 비판 여론을 오늘 전달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에 대한 책임은 공수처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 여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공수처 폐지를 논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공수처가 출범할 때의 본연의 기능과 역할, 취지를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적 여론을 전달한 것"이라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폐지에서부터 보완까지 다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방안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