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대선 19일 만에 극적 회동…갈등은 봉합했지만
文 "집무실 이전 필요 예산 면밀히 따져 협조" 尹 "잘된 정책 계승, 미진한 정책 개선하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저녁 만찬 회동을 했다. 대선 후 19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가운데 가장 늦은 만남이다. 회동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36분 동안 이어졌다.
만찬 회동에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협조 요청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전 계획에 필요한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촉발된 신·구 권력 갈등은 문 대통령의 협조 의사 표시로 봉합 수순에 들어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필요 예산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여지를 둬 앞으로 예비비 지출 승인 문제나, 인수위의 문 정부 주요 정책 궤도 수정 등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회동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해 4명의 만찬 형식이었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별도 독대는 없었다.
장 당선인 비서실장은 회동 결과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이) 이번 만큼은 (집무실 이전을) 꼭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 몫 아니냐. 면밀하게 필요 예산을 따져서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승인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부분에 대해 장 비서실장은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회동 결과 브리핑을 따로 하지 않았다.
장 비서실장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정당 간에 경쟁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면서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니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장 비서실장이 전했다.
또 장 비서실장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 “추경의 필요성에는 두 분이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실무적으로 협의하자고 말씀했다”면서 “추경 규모에 대해선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임기말 인사 문제에 대해선 "저와 이철희 정무수석이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달라, 돕겠다”고 했다. 만찬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면서 “꼭 성공하길 빈다. 제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달라”고 했고,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다음에 만날 약속을 잡지는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협조할 일이 있으면 당선인께서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장 비서실장은 전했다.
장 비서실장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사면 문제에 대해선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