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이나 유럽 최대 원전 포격..."방사능 누출 없어"

2022-03-04     윤진희 기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이 화염에 휩싸여있는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원자력위원회 CCTV화면 캡처)

러시아군이 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했다.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전 원자로 6기 중 1기가 파손됐다. 현재 원자로에 발생했던 화재는 진화된 상태다.

AP·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안그리 투즈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 대변인은 우크라이나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포탄이 원전에 직접 떨어져 원자로 6기 중 1기가 불탔다”고 밝혔다. 그는 “화재가 발생한 원자로는 보수 중에 있었기 때문에 가동 상태는 아니었지만 원자로 내부에 핵연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위험 수준의 방사능 유출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AP는 우크라이나 당국을 인용해 자포리자 인근의 방사능 수치가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자포리자 지역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현지시간 5일 오전 7시에 방사능 수치 측정 결과 자포리자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변하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원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 요원들이 동력장치 상태를 감시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화재가 필수 장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원자력 규제기구도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포리자 발전소의 원자로가 강력한 봉쇄 구조물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며 안전하게 폐쇄돼 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이 위치한 에너호다르의 오를로프 시장은 “러시아군의 원전 포격이 동트기 몇 시간 전에 멈췄으며, 대피 중이던 5만 명가량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원전 포격으로 난방관이 손상돼 도시 전체에 난방이 불가능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방송 연설을 통해 “유럽의 긴급한 조치만이 러시아군을 막을 수 있다”며 “원자력 발전소의 재앙으로 유럽의 죽음을 용납하지 말라”고 유럽 정상들에게 호소했다.

서방 정상들도 러시아군의 원전 공격으로 세계 최악의 핵 재난인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비상사태 촉발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핵 대응 팀’을 가동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원전 공격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