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블루스'로 '도로위 시한폭탄' 무보험차 급증
캘리포니아주 450만대 이상…전체 사고 30% 무보험·뺑소니 추산 재택·실직·격리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스' 만연…난폭운전 늘어
2022년 새해 들어 미국의 고속도로-로컬 길이 '길 위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무보험 차량으로 메워지고 보험료도 오르는 이중고로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탑승자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은 차치하고라도 예상보다 장기화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차량 운행 횟수-거리가 줄었지만 자동차 유지 관련 비용이 오르는 현실은 서민들의 생활고를 악화시키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집권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미국내 최대 자동차 마켓인 캘리포니아주의 2022년 자동차 보험료는 최소 7.5%. 최대 10% 가량 올랐다. 지난해 전국 평균 인플레이션 비율인 7%보다 높은 요율이다. 지난해까지 2년동안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운행 마일리지에 따라 보험료 일부를 환급해 주었지만 새해부터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액수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싸지만 사고에 대한 보상은 후한 편이라고 알려진 '올 스테이트'의 올해 보험료 상승은 7.1%였지만 연말까지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TV 광고를 내보내는 '프로그레시브'의 경우 상습 사고 다발 지역 보험료 인상률은 무려 17%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밖에 상당수 차 보험사들은 벌써부터 10%대 인상률을 기록중이다.
몇년동안 교통 위반 딱지-사고가 없는 모범 운전자들 상당수도 할인은 커녕, 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이다. 메이저 차 보험사들이 코로나 사태로 적자가 늘자 이를 메꾸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식인 보험료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
어떤 회사는 우편번호를 통해 특정 지역(예를 들어 사고 다발 권역) 거주민들의 보험료를 일제히 올리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또 보험료 자체는 인상하지 않아도 주행 거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예전에는 가입자가 운행 거리를 속여서 보고해도 봐줬지만 이제는 내비게이션-컴퓨터 자료를 통해 확보한 고객의 운행 거리를 정확히 보험료에 반영한다. 물가가 40년만에 최대 비율로 오르고 스트레스에 따른 난폭운전으로 사망자-폐차 숫자가 늘며 유통망 붕괴로 신차-부품 가격이 급등한 것 역시 보험료 인상에 기여했다.
보험사들은 입을 모아 "일손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가 물어주는 수리비용이 폭증했으며 중고차 가격도 상승했다. 이 때문에 수리 기간이 길어지고 렌탈카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즉, 회사 적자폭이 커지며 요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번거롭더라도 발품을 팔아 저렴한 회사를 찾고 중요하지 않은 항목은 삭제해 돈을 아껴야 하는 현실이다. 생명보험 등 다른 보험과 패키지로 묶여 할인 받거나 하이브리드 근무자는 '주행거리 연동 보험'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1년 주행거리가 1만마일(약1만6100km) 미만인 소비자는 거리 연동 보험 프로그램이 이익이다. 이밖에 뺑소니차에 받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상대방 번호판,차종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험사에 클레임을 걸어도 보상받기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보험 운전자 보험'(UM)에 따로 가입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출을 줄이려 평소 절실하지 않은 강제성없는 옵션들을 제외하면 이런 경우가 생겼을 때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19년 기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차 보험없이 운전하는 경우가 450만대 이상으로 길거리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다른 곳도 사정은 크게 차이가 없다. 연방 교통부 산하로 55년전 발족한 고속도로 관리국(FHA) 자료에 따르면 미국 50개주 가운데 무보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남부 미시시피주로 30%에 달했다. 미시시피는 흑인 비율이 40%에 육박하며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힌다.
2위는 중부 미시간주로 25.5%, 이어 테네시 23.7% 순이었다. 캘리포니아는 16.6%로 10위였지만 보험없는 차량 숫자는 451만대 이상으로 단연 1위다. 2년이 지난 올해는 훨씬 더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전체 교통사고의 30%가 무보험-뺑소니 관련으로 드러났다.
결국 매달 20달러 가량 더 부담하고 UM에 가입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버지니아-뉴저지-뉴욕 등 21개주에서는 UM가입이 필수 조건으로 보험료에 자동 계산된다. 바꿔말하면 29개주에서는 아직도 선택사항이라는 얘기다. 가입자의 경우 사고때 치료 보상 한도는 1인당 1만5000달러, 차량 수리비 한도는 대당 3만달러가 일반적이다.
최근 미국은 실직-격리-재택근무-하이브리드 수업-화상 모임 등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운전이 거칠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무보험 차량까지 도로를 휩쓸고 다녀 미국 도로들은 무법천지로 변하다시피하 고있다. 이같은 '코로나 블루스'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현상으로 여겨진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