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 뽑으면 안돼" SBS 진행자, 민주당 항의후 하차

이 PD 4일 "이런 사람 뽑으면 안돼" 방송 후 항의 받아 SBS 노조 "반성 먼저하는게 정상, 언론사 항의는 후진적" SBS "李측 항의 하차 이유 아냐" "공정성 훼손 있었다" 민주당 "항의는 정당한 절차, 진행자 교체요구 없었다" 국민의힘 "여당 비난하면 혹독한 대가 있다는 것 보여줘"

2022-02-08     이대 기자
(사진= SBS홈페이지 캡처)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라디오 진행자가 민주당 측의 항의를 받고 하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SBS 노조와 PD연합회 등은 7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회사 측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항의는 정당한 절차였을 뿐이며, 진행자 교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해 온 이재익 PD는 전날(6일) 자신의 블로그에 “주말 사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면서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SBS)의 조치를 받아 당장 내일(7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PD는 지난 4일 해당 프로그램에서 첫 곡으로 나간 DJ DOC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가 나오자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 이런 사람이 넷(네 후보)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다.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겠지”라고 말했다.

이 PD는 해당 발언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관한 비판이었다.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PD는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관한 비판이라는 해석이 제기되자 “제 의도와 달리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이 PD의 하차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7일 "민주당의 항의 한마디에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진행자가 교체됐다“면서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졌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민주당을 겨냥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면서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에 대해서도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해야 한다면 누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이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SBS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BS는 “민주당 항의로 진행자를 교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SBS 라디오센터는 “SBS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면서 “이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라디오센터는 그러나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항의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PD가 방송 중 이재명 후보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언급하며)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 이런 표현을 썼다”면서 “(이 PD에 대한) 조치는 SBS가 한 것이고, 저희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황실장은 “이 PD가 불과 며칠 전 국민의힘을 향해 잘못을 비난할 때는 무사했다”면서 “야당은 비난해도 되지만 여당을 비난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본부 대변인도 이날 “유신정권의 금지곡 사태가 떠오를 만큼 어처구니없는 진풍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