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사적 심부름 논란엔 "제 불찰"

김혜경, 비서 소고기 심부름에 '법인카드 바꿔치기 결제' 의혹도 KBS,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씨 제보 검증 뒤 보도

2022-02-03     이대 기자
(사진=KBS보도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있다고 2일 KBS가 보도했다.  

KBS는 이날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씨의 제보를 근거로 “김씨 수행팀이 관련 회계 규정을 피하려 개인카드로 선결제를 했다가 이를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등 ‘결제 바꿔치기’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도청 비서실 전 직원 A씨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경기도 총무과 소속 배모(5급)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내역에 따르면, 배씨는 A씨에게 “고깃집에 소고기 안심 4팩을 이야기해 놓았다. 가격표 떼고 랩 씌워서 아이스박스에 넣어달라고 하라”고 한 뒤 “수내로 이동하라”고 돼 있다. A씨는 배씨의 요구로 소고기 안심 4팩을 찍은 사진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보냈다. 

경기도청 총무과 5급 공무원 배모씨가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에게 소고기 구입을 지시하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KBS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보도 캡처)

KBS는 텔레그램 대화에 나온 ‘수내’는 성남시 수내동으로 이후보 ‧김씨 부부의 자택이 있는 곳이고, 현재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이나 의전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이런 방식으로 김씨의 찬거리와 식사를 공금으로 산 뒤 집으로 배달해왔고, 이 과정에서 개인 카드를 먼저 사용해 결제한 뒤 나중에 법인 카드로 재결제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텔레그램 대화로 지시가 있던 날 A씨는 본인 카드로 고깃값 11만8,000원을 결제했다가,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했다.

경기도청 비서실 A씨가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지시를 받아 김혜경씨에게 보낼 소고기를 구입한 영수증. A씨가 개인카드로 결제했다가 취소(왼쪽 영수증)했다가, 법인 카드로 다시 결제(오른쪽 영수증)한 내역이다. (사진=KBS보도 캡처)

A씨는 또 이 후보가 경기도를 비웠을 때도 김씨의 식사 심부름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16일 이 후보가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와 회동을 위해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기 하루 전에도 배씨가 "내일 샐러드 3개 초밥 회덮밥 오후에"라는 메시지를 A씨에게 보내 김씨를 위한 초밥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KBS는 A씨와 배씨간 9개월 치 통화 녹음에는 카드를 바꿔 결제하는 내용이 열 차례 넘게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씨가 비서실 직원 A씨에게 초밥 심부름을 시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사진=KBS)

KBS의 반론 취재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김씨와 배씨의 입장문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A씨가 이 후보의 경기지사 재직 당시 배씨의 지시로 김혜경씨의 사적 용무에 동원됐다고 폭로한 이후 논란이 커지자, 김씨는 이날 오후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씨와 별도로 배씨도 입장문에서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당사자인 A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김씨를 위해 ‘약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