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대장동 분양수익 50억원씩 나눠줄 계획 짰다
김만배 "곽상도 의원 아들이 '아버지한테 줄 돈' 달라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지구 아파트 분양수익으로 유력인사 6명에게 50억원씩을 챙겨주려고 했다고 한국일보가 18일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화천대유 관련자들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이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과정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20년 3월 24일 경기 성남시 운중동의 한 카페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만나 '50억 클럽'과 관련한 계획을 자세히 언급했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지구 A12블록 아파드 분양으로 420억원 정도가 남는다'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의 말을 전하면서 "50개(억원)가 몇 개냐, 쳐볼게"라며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러면 얼마지?"라고 정 회계사에게 물었다.
정 회계사가 "5억원씩입니까, 50억원씩입니까"라고 되묻자, 김씨는 소위 '50억 클럽' 인사들의 이름을 서너차례 반복하며 "그러면 얼마야?"라고 재차 물었다. 정 회계사는 "50, 50, 50, 50, 50, 50이면 300(억원)"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50억 클럽'에 이어 성남시의회 측 인사 2명에게 총 20억원을 건네려는 구상도 밝혔다. 김씨는 이어 "100억원이 남네. 이OO 것까지는 되네"라고도 말했다. 김씨가 언급한 이모씨는 분양대행업체 대표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다. 이씨는 김씨로부터 100억여원을 전달받아 건설업체 대표 나모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4일 김씨와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곽상도 전 의원이 김씨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대화도 있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병채(곽 전 의원의 아들) 아버지(곽 전 의원)가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곽 전 의원의 아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정 회계사에게 전했는데, 김씨가 "병채씨에게 '아버지가 뭘 달라냐'고 묻자, 병채씨가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답하더라"라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야,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고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되물었다는 내용이다.
곽 전 의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검찰에 해명하고 있다. 김만배씨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해명해 법원에서 영장 기각까지 됐다"며 "뜬금없이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나오니 왜 지금 시점에 리바이벌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50억원을 주기로 했다면 내가 언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줬기 때문에 (돈을 주기로 했다는) 의사 결정이 있었을 텐데 그런 얘기가 없었다"며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돈을 준다고 통보를 받지도 않았다. 영장범죄사실도 4번이나 바뀌면서 언제 50억 클럽에 들어갔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50억 클럽'에 언급된 다른 인사들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형사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그 맥락과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없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에 대한 침해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자료를 재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